'이슬람 원리주의 강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박물관으로 쓰던 아야소피아, 이슬람 사원으로 전환 결정…첫 예배 참석
터키 이스탄불의 관광명소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아야소피아(성소피아) 박물관이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재개장을 마친 24일(현지시간) 86년 만에 처음 이슬람 예배가 열렸다. 금요기도에 참여하기 위해 수천명의 이슬람 신자들이 성소피아 안팎으로 몰렸들었다. 아야소피아의 이슬람 사원 변경에 앞장섰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예배에 참여했다.
이날 AFPㆍ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을 포함한 예배 참석자들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성소피아 이슬람 사원의 재탄생을 축하했다. 사원 내부에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외부에는 대형 스크린까지 설치돼 예배가 생중계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도를 마친 후 취재진에 "35만명이 금요기도에 참여했다"면서 "성소피아가 원래대로 돌아간 것은 제2의 정복"이라고 말했다.
성소피아는 6세기 그리스정교회 성당으로 지어졌다가 15세기 오스만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을 점령하면서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었다. 이후 터키의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결정으로 1935년부터는 성소피아를 두 종교가 공존하는 박물관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터키 최고행정법원이 성소피아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내각회의 결정을 취소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판결 직후 '성소피아 모스크' 재개장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터키 안팎으로 성소피아 모스크의 재탄생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17년간 집권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 기반을 위해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심각한 이때 무리한 행사를 진행한다는 비난이 내부 비판론자들에게서 터져나왔다. 이슬람 원리주의 강화를 기치로 내건 그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밖으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러시아 등 다양한 교회 지도자들이 우려를 표했다. 그리스는 이번 조치를 "문명화된 세계에 대한 공개적 도발"이라고 맹비난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소피아 성당을 생각하며 깊은 슬픔에 잠겼다"고 말했다. 세계유산인 성소피아를 지원하는 국제 기구인 유네스코는 '사전 대화 없이 취한' 터키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결정이 "터키의 역사적, 주권적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성소피아 이슬람 사원은 관광객에게 무료 개방되지만, 하루 다섯 차례 이슬람 신자의 기도 시간에는 이슬람 신자 외에는 입장할 수 없다. 기도 시간에는 성당일 당시 그려진 성화와 모자이크를 천으로 가린 후 관광객 입장 시간에는 다시 천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라 이전보다 관람 가능 시간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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