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심, 월경통 등 3가지 첩약에 건보 적용키로
한방에서 처방하는 첩약에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의료계가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국민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가 사용하는 약은 임상시험 등을 거쳐 엄격하게 효과를 인정받아야만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상황에서 한방 첩약이 그러한 근거를 갖췄는지 앞으로도 격론이 이어질 전망이다.
건강보험 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24일 회의를 열고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추진을 확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첩약 건강보험 적용의 타당성과 유효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한의약 건강보험 보장률은 한방병원 34.9%, 한의원 52.7% 정도로 의료계를 포함한 전체 보장률(63.8%)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1961년) 중국(1995년)에서는 오래 전부터 첩약에 보험을 적용해왔다면서 시범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는 10월부터 시행 목표인 시범사업은 환자가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관후유증(만 65세 이상), 월경통 치료를 위해 시범사업에 참여한 한의원에서 첩약을 처방받을 경우 책정된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받는 방식이다. 진찰비 포함 총 10만8,760원~15만880원 수준(10일분 20첩 기준)의 첩약에 환자 1인당 연간 최대 10일까지 본인부담률 50%가 적용된다. 즉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5만1,700원에서 7만2,70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다만 급여범위를 초과하는 첩약의 비용은 전액 환자가 부담한다. 첩약이 환자 맞춤형 한약이라는 특성을 고려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
다만 첩약 전반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약사회 등 의료계 단체 대부분이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을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첩약에까지 나눠 써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귀질환용 약품이나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깐깐하게 하면서 임상시험조차 거치지 않은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오히려 건강보험을 적용함으로써 한의사들 손에 맡겨져있던 첩약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 더욱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의료계의 주장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환자마다 처방이 다른 것이 첩약의 성질이지만, 이번 시범사업을 준비하면서 첩약의 규격화(표준화) 작업을 진행해왔다는 설명이다. 또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면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증을 통과한 규격품 한약재만을 사용하는 한편, 그 약재 구성성분과 원산지까지 공개해야 하므로 이전보다 소비자의 권리가 더욱 높아진다고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신약을 개발해 시판하는 제조의약품과 첩약을 동일하게 비교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첩약 진료행위는 식약처 허가를 통해 안전성이 확보된 개별 약재를 환자 상태에 맞춰 처방하는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애초에 그 원리상 제조의약품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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