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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폭우 지하차도 3명 사망, 통제 안 한 책임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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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폭우 지하차도 3명 사망, 통제 안 한 책임 누구?

입력
2020.07.24 17:59
수정
2020.07.24 18:39
2면
0 0

관계 기관 사고 발생 위험성 감지 조차 못해?
경찰 침수 전 순찰 때 문제 없어 조치 안 해?
?“관계 기관들, 전형적 책임 회피 행태 반복”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이 24일 부산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물에 잠겨 3명이 숨진 부산 초량동 지하차도를 방문해 소방관계자로 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이 24일 부산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물에 잠겨 3명이 숨진 부산 초량동 지하차도를 방문해 소방관계자로 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지난 23일 밤 기록적인 폭우로 ‘물 폭탄’을 맞은 부산의 초량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3명이 숨진 가운데 사고 전 도로 통제나 통행 제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 기관들이 사고 발생 위험을 감지조차 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또 각 기관은 책임 떠넘기기 식의 해명만 늘어놓고 있어 이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24일 부산시와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들 차량은 침수가 진행되고 있는 지하차도에 진입한 뒤, 지하차도를 통과하기 위해 출구 쪽의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당시 부산에서는 시간당 최대 80㎜ 이상의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신호 대기 중에 지하차도에 물이 차기 시작했고, 오후 9시38분쯤 경찰에 “차에 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인근에 있던 순찰차가 현장으로 즉시 출동해 통행 차단 조치를 취했지만, 지하차도에는 물이 2.5m까지 차오른 상황이었다. 지하차도 높이는 3.5m다.


문제는 폭우로 지하차도가 이미 침수되기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도로통제나 통행제한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고 지하차도는 상습 침수 구간이었지만, 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지 경찰과 관할 구청, 부산시 어느 기관도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다. 인근의 한 주민은 “경찰이나 관할 구청 등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살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집중 호우 예보에 따라 당시 일대 순찰을 진행했다. 사고 20분 전쯤에도 해당 지하차도를 순찰했다. 물이 낮게 고여 있었지만, 차량 통행에는 문제가 없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당시 차량들이 정상적으로 운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바닥에 물이 고인 상태서 차량 통행이 왕왕 이뤄졌던 만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다.


관할 구청인 부산 동구도 대응에 실패했다. 구청 통합관제센터에는 지하차도 출입구 양쪽에 각각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CC) 카메라(CCTV)를 통해 당시 현장 장면을 받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영상 분석 등을 통한 구체적인 침수 상황은 파악하지 못했다. 동구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각 전후 관내서는 동천과 수정천 등 도심하천이 범람하는 등 곳곳에서 물난리가 난 상황이었다”며 “당시 침수 등 관련 민원 접수만 100건이 넘어 이를 처리하느라 지하차도를 챙길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마찬가지. 부산시 재난상황실의 경우 침수 피해 등이 발생하는 곳을 선택적으로 찾아 그곳에 있는 CCTV 카메라에 나오는 영상으로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게 고작이다. 부산시 측은 “사고가 난 지하차도가 침수되는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없는 구조라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3명의 시민이 황당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책임 떠넘기기로 대응하고 있는 관계 기관들은 문책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기관들이 서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수십 년 된 고질적 행태가 이번 사고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관할 구역이나 역할 등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또 “법령에 각 기관들의 업무가 중첩돼 있는 것은 하나의 기관이 못 챙기는 것을 다른 기관과 함께 챙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이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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