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층 넘는 마천루 빽빽한 부산대표 부촌
매립 저지대 해안가, 구조적 자연재해 취약
폭우ㆍ태풍에 상가, 주차장 침수 '악순환'
50층이 넘는 마천루가 빽빽해 '한국의 맨해튼'이라 불리는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와 마린시티 일대가 폭우와 태풍 등 자연재해 내습 시 지하주차장이나 상가가 침수되는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
이는 단단한 편암 지반의 '뉴욕 맨해튼'과는 대조적으로 해안과 밀접해 있는 일대가 대부분 지반이 무른 매립지이지만 배수ㆍ방파대책은 제대로 없기 때문으로 차단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시간당 최대 80㎜가 넘은 '양동이 폭우'가 퍼부은 지난7월 23일 밤 저지대인 해운대 센텀시티 일대는 성인 허벅지 높이까지 물이 차면서 일대 초고층 주상복합 지하주차장도 침수사태를 빚었다. 지하주차장의 경우 통상 1층 주차장에 차수벽이 설치돼 있고, 배수펌프도 갖추고 있으나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이때문에 지하주차장으로 밀려든 빗물이 지하 2~5층 주차장까지 밀려 내려가 주차돼 있던 차량이 무더기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엘리베이트도 감전 위험 등으로 운행중단돼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일대는 부산의 대표적 부촌으로 주차장에는 BMW, 벤츠, 포르쉐, 벤틀리 등 고급차량은 물론 슈퍼카도 즐비해 피해금액은 더욱 컸던 것으로 관측된다.
센텀시티 지하에는 2011년 가로 40m, 세로 95m, 높이 6m 규모로 1만8,200t의 빗물을 담을 수 있는 저류조가 조성됐지만 역대급 폭우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일대는 2017년 9월 11일에도 오전 8∼9시 사이 시간당 100mm안팎의 폭우가 쏟아져 인근 도로가 삽시간에 성인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다.
이때문에 당시 인근 상가와 아파트 주차장 침수는 물론 올림픽교차로-시립미술관-벡스코로 연결되는 APEC로에 차량 진입이 통제돼 해운대 일대 전체에 교통대란이 발생했다.
인근 마린시티는 방수벽을 사이에 두고 바다와 접해 있어 태풍 내습 시 바닷물이 방수벽을 넘는 월파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9월 태풍 차바 내습 시 마린시티에는 해일에 맞먹는 파도가 방파제와 방수벽을 넘어 밀려와 일대 초고층 건물 주차장과 상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당시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는 만조까지 겹치면서 길이 780m 높이 5.1m의 방파제와 그 위에 설치된 1.2∼1.3m 높이의 해안 방수벽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마린시티 일대 침수피해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한 건물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차량 수백 대가 침수됐으며, 2010년 태풍 뎬무, 2012년 태풍 볼라벤과 산바 때도 일대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침수돼 1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부산시와 해운대구청 등은 2012년 설치한 방수벽이 실효가 없자 해상에 초대형 방파제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과 미관저해 문제 등이 겹쳐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편 폭우가 올 때마다 해운대 일대의 침수피해가 큰 것은 바다와 인접한데다 하수도의 최종 방류지점도 가까워 집중호우 시 역류현상이 잦은 것이 큰 원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폭우 시 만조와 겹치면 방류지점의 수위가 수영천 일대 수위보다 낮아 역류에 따른 침수는 더욱 악화하기 마련이다.
또 부산지역 하수도의 설계용량은 30년 빈도(최근 30년간 가장 많은 비를 배출할 수 있는 하수처리량)로 1시간 동안 96.8㎜, 2시간 동안 130㎜ 정도지만 23일 부산에는 2시간여 동안 200㎜가 넘는 폭우가 내려 이미 설계용량을 넘은 것으로 분석됐다.
때문에 부산시는 환경부 승인을 거쳐 하수도 설계용량을 50년 빈도(1시간당 104㎜)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이 역시 만조와 겹칠 경우 별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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