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400만 넘어서면서 인식 바꿔
외신 "악화한 재선 전망 대응 목적"
걷잡을 수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증 기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집착에 가까웠던 대규모 대선 전당대회 개최와 가을학기 전면 개학 방침도 모두 버리기로 했다. 미 전역의 누적 확진 환자 수가 400만명을 넘기면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기본 수칙을 속속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추락하는 지지율에 재선 가능성을 끌어올리려면 코로나19부터 잡아야 한다는 트럼프의 뒤늦은 깨달음이 엿보이긴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내달 24~27일 플로리다주(州) 잭슨빌 전당대회를 취소할 때라고 우리 팀에 말했다”고 밝혔다. 전당대회에는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데, 현재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하면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며 “코로나19 집중발생지역에 가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전화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이번 결정이 “사회적 거리두기 독려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의 인식 변화는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나 다름 없다. 당초 트럼프는 전대가 예정된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주지사가 코로나19 위험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지난달 장소를 플로리다로 옮기면서까지 오프라인 전대 강행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대 취소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은 노스캐롤라니아주 샬럿에서 화상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트럼프의 달라진 코로나19 대응법은 ‘개학’ 논쟁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이날 “재확산이 심각한 일부 주에서는 가을 개학을 연기해야 할지 모른다”고 한 발 물러섰다. 주정부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얘기다. 이 역시 불과 며칠 전까지 전면 개학이 오히려 안전하고 민주당이 정치적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던 고집을 꺾은 것이다.
변화는 약 2주 전부터 감지됐다. 11일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쓰고 나오더니 21일에는 마스크 착용을 ‘애국’이라고까지 추켜올렸다.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며 비관적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미 언론은 트럼프의 ‘궤도 수정’을 다분히 정치적 행위로 보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공공보건 대응 방식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꺾인 재선 가능성을 되살리기 위해 전대 취소를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역시 “안일한 코로나19 대응법이 재선 성공을 어렵게 한다는 점을 트럼프가 마침내 이해했다”고 평했다.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통제 불능 수준이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누적 감염 및 사망자는 각각 400만5,414명, 14만3,820명에 달했다. 특히 공화당 전대가 예정됐던 플로리다주는 재확산세 거점으로, 이날 하루 사망자 수(173명)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전망도 좋지 않다. 절반이 넘는 주에서 경제 재개를 멈췄고 최소 41개주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는 등 확산 흐름을 멈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효과 여부는 미지수다. 글로벌 보건 싱크탱크 액세스헬스인터내셔널 의장인 윌리엄 해즐틴은 미 CNN방송에서 “사람들의 행동이 중대한 변화를 보이고 공공보건 서비스기관이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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