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 카드를 꺼내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로 멈춰선 논의를 16년 만에 다시 점화시킨 셈이다. 민주당은 곧장 당내에 ‘행정수도 완성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이슈화에 나섰다. 공교롭게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부터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청사진을 보고 받는 등 청와대도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이를 바라보는 야권의 시선은 복잡하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상적인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이냐”며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통합당에서도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행정수도 이전을 다시 꺼내든 여권의 속내와 이에 대응하는 야당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일보 국회팀과 청와대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갑자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론을 꺼낸 이유가 무엇인가요.
여의도 딸바봉(딸바봉)=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여권의 오랜 숙원이죠. 1971년 김대중 당시 신민당 대선후보가 “집권하면 대전을 행정 부수도로 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도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행정수도 이전 의사를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습니다. 실제 서울로의 과도한 인구, 사업, 문화 집중을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죠.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현 정부의 남은 임기를 고려할 때 이를 공식화하는 게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요.
정릉 막걸리(막걸리)= 행정수도 완성은 특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02년 9월 충청권 행정수도 공약을 발표했고, 그로부터 2년 뒤 ‘신행정수도특별법’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04년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관습상 불문헌법에 해당된다”며 해당 법안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죠. 결국 청와대와 중앙행정기관 등이 모두 이전하는 행정수도 계획이 무너지고,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반쪽’짜리로 전락했습니다. 이 같은 역사가 있으니 민주당이 수도 이전을 주장하는 게 이상하진 않죠.
돌아봐= 김 원내대표 발언 이전부터 준비가 되고 있었다는 얘기인가요.
딸바봉=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김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 직전 비공개 여론조사를 돌려보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고 하네요. 우선 여야 합의를 통해 행정수도법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되, 여야 합의가 어려우면 국민투표나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시나리오도 세웠다고 합니다. "사실 치밀하게 준비된 이슈는 아니었다"는 게 사석에서 만난 민주당 관계자들의 전언인데요. 다만 오랫동안 품었던 이슈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당내 추진단을 곧바로 설치하는 등 속도전에 들어갔습니다.
돌아봐= 청와대 입장은 어떤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청와대의 기류는 다소 엇갈립니다. 국가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개헌 문제로 비화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대통령 임기 2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치 공방으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다는 겁니다. 국회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발을 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돌아봐= 통합당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야반도주= 김종인 위원장부터 정상적인 정책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우선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봤죠. 부동산 대책이 수도권에서 성과를 못 내고 국민 원성이 높아지고 지지율이 급락하니까 꺼내든 국면전환용이라고 비판했어요. 내용적으로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고도 했습니다. 세종시를 만들었지만 그동안 수도권 인구과밀이 해소됐느냐는 거죠. 초법적 행위라는 지적도 덧붙였죠. 권력 장악 후 인사권을 통해 헌재의 인적구성을 마음대로 바꿨으니 이를 바탕으로 여당이 법안을 내면 무조건 헌재도 받아들일 것이라는 판단 하에 진행되고 있는 사태라고 비판했어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 통합당 지도부는 여권이 느닷없이 행정수도 이전을 들고 나온 속내가 뻔하다고 봅니다. 최근의 집값 폭등이 정책 실패가 아니라 인구가 수도권에 과밀하게 밀집한 탓이란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란 거죠. 국토균형발전이란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여권의 물타기에 말려들면 안 된다는 거죠.
돌아봐= 정진석 의원 등 통합당의 충청권 의원들은 좀 다른 기류라고 하던데요.
야반도주= 충청권 의원들은 찬성하고 있다는 보도가 많았죠. 정확히 말하면 '내심 찬성하는 기류가 있는데 크게 내색은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앞서 말했듯 명분상 하등의 비판을 할 수 없는 게 행정수도 이전 이슈니까요. 단 한 차례도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한 충청권이지만 수도가 된다고 하니 지역에서도 반기죠. 그런데 당 입장에선 이대로 여당에 끌려가면 모든 이슈가 잠식 되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이고, 충청권 의원들도 ‘방향성에 동의 하나 정략이 엿보인다’는 입장으로 정리했습니다.
돌아봐= 개헌 문제하고도 연결이 되는데요.
야반도주= 2004년 헌재가 편 ‘관습헌법’ 논리를 뒤집으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헌법 자체를 고치는 겁니다. 개헌을 통해 헌법의 수도와 관련된 조항을 고치는 거죠. 단적인 예로 문재인 대통령이 18년에 제출한 개헌안을 들 수 있죠. 개헌안에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한다”는 문구가 있어요. 이대로 개헌이 된다면 2004년 위헌 결정이 난 논리(관습헌법)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을 것이고 국회의 관련 입법에 따라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길이 열리는 것이죠.
막걸리= 여야 합의가 전제된다면 ‘법 제정→위헌 소송→판례 변경’보다는 개헌이 가장 명쾌한 길입니다. 그럼에도 김 원내대표 측은 의도적으로 개헌을 선택지에서 배제하고 있어요. 개헌이 의제가 되는 순간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조차 “수도 이전은 개헌 사항”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정세균 국무총리조차 공개적으로 개헌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죠. 개헌 없이 하자니 공감대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개헌을 하기엔 정치적 여건이 좋지 않고, 여권 입장에선 이래저래 고민이 되는 상황입니다.
돌아봐= 행정수도 문제가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는데 각 정당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딸바봉= 행정수도 이전은 “지역 발전에 노력한다”는 인식을 줘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에 호재가 될 게 분명합니다. 여기에 공공기관 이전까지 이뤄지면 지역 발전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대체로 ‘해볼만한 이슈다’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기류가 읽힙니다. 이낙연, 이재명 등 대선주자들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호응하고 나섰습니다.
야반도주= 만나본 한 통합당 충청권 의원은 여권 발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분명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어요. 여당의 저의가 의심스럽고 정략적이라는 얘기죠. 그러면서도 이런 얘기를 합니다. "지역 유권자들은 반길 수밖에 없는 이슈이고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은 행정수도를 주장하는데 통합당이 반대할 경우 민심은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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