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사설 "트럼프, 해외 병력 美 안보증진
아닌 외국 방어 역할로만 봐" 편협성 지적
최근 불거진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할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만 이득을 볼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동맹간 결속 약화는 미국의 영향력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 의회와 언론은 해외 병력 감축에 반대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들을 향해 거듭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병력 철수 쪽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이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 모두에서 미국의 전략적 지위에 큰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독일 주둔 미군 규모를 9,500명 줄이겠다고 공언했고, 최근엔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민군 감축안을 하나의 선택지로 제시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WP는 “주한미군 감축안은 비단 북한 독재자 김정은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싶어하는 시진핑 정권에도 호재”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전략으로 밀고 있는 대중 강경 노선과도 충돌하고, 대선 맞상대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공격 빌미만 줘 트럼프에 전혀 이로울 게 없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주독미군 감축 결정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분열을 바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거대한 선물이 됐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트럼프의 방위비 협상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독일과 일본, 한국과 같은 미국의 동맹들이 그들의 영토에 주둔하는 미군에 충분히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그릇된 의견을 펼쳐왔다”고 비판했다. 이는 해외 병력이 미국의 안보 증진이 아니라 외국을 방어하는 데만 있다고 보는 ‘편협한 관점’이라는 게 신문의 결론이다. 국가안보팀과의 무수한 논의도 주둔국이 ‘주둔비용+50%’를 지급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집착을 꺾지 못했고, 그 결과 한국의 경우 현재보다 50% 증가한 연간 13억달러(1조5,600억원)의 분담금을 요구 받고 있는 실정이다. 협상 교착 상태에서 주한미군 감축설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주한미군 규모를 현행 2만8,500명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명시한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안이 하원에 이어 상원도 통과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꺾이지 않은 듯하다. 그는 이날 트윗을 통해 “나는 이른바 우리의 동맹으로 불리는 나라들에 연체된 군사 비용 수백억달러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우리를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재차 동맹국들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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