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야당과 신경전
"아들 맥주 거뜬히 운반"에? "무게 재보자" 발끈
"국부는 이승만 아닌 김구가 됐어야" 발언도
23일 국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면제 논란을 두고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벌어졌다. 또 역사관을 따지는 장면에서도 야당 의원들과 이 후보자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특히 그간 제기돼 온 아들 병역 문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공격에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청문회 시작부터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면제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면제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CT(컴퓨터단층촬영) 자료와 병무청 자료를 통째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후보자는 “아버지 된 입장에서 동의하기 쉽지 않다”며 “개인 신상 기록은 다 못 내더라도 (병무청이 찍은) CT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아들은 2014년 만성 염증 질환의 일종인 ‘강직성 척추염’으로 5급 전시근로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통합당에서는 “많이 아프면 작은 가방을 들기도 힘든데, 카트레이싱 영상을 보면 자유자제로 노는 모습이 나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군대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냐”고 압박을 이어갔다. 이 후보자 아들은 병역 면제 판정 넉 달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카트레이싱을 하고 맥주 상자를 드는 영상을 올려 논란이 확산됐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무리한 부분이 있어 어렵다고 군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맥주 수십 킬로그램을 들어 옮겼다”는 통합당 의원들의 주장에도 “지금 이 자리에서 맥주 한 박스를 가져다 놓고 정말 수십 킬로그램이 넘는지 확인해보자”고 발끈했다. 다만 군장병을 향해서는 “저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군대에 못 가고 아들도 가지 못한 데 대해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역사관 등에 대해서도 공세를 펼쳤다. 특히 이 후보자가 1987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시절 “미국이 이승만 괴뢰 정권을 내세워 민족해방투쟁의 깃발을 갈가리 찢고자 책동했다”라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썼다고 주장하면서 국무위원으로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제가 작성한 문건이 아니다”며 “급진적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승만 정부는 괴리정권이냐”는 질문에는 “괴뢰정권이라고 단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남아있다”면서도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부라는 주장에는 솔직히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 국부는 김구가 됐어야 했다는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대한민국 건국일이 이승만 정부 수립일인 1948년이 아닌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으로 보는 진보진영의 견해를 반영한 발언이다.
이 후보자는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 주장에 대해서는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균형과 힘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은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다음달 실시 예정인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는 “축소나 보류 등 유연성을 발휘한다면 그에 맞춰서 북한이 반응할 것”이라고 조정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 후보자는 "장관이 되면 전면적인 남북 대화 복원부터 하고 싶다"며 "남북관계를 풀 수 있다면 특사로 평양을 방문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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