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중심으로, 대북 지원은 통 크게'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보인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의 대북 정책 구상은 이렇게 요약된다. 정체된 북미 대화가 재개되기만을 기다릴 수 없으니, 과감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한 남북관계 회복의 돌파구를 통일부가 열겠다는 것이다. 단, 남한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의 마음을 돌릴 법한 '비장의 카드'는 이날 청문회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여당 원내대표 출신 답게 '대북 정책을 주도하는 실세 장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북미의 시간을 이제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기 위해 주도적으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통일부 장관 지명 직후부터 "통일부가 대북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대북 특사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 후보자는 "남북관계에 도움이 된다면 100번이라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면) 전면적인 대화 복원부터 하고 싶다. 인도적 교류 협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나아가 남북 간 합의하고 약속한 것들을 이행하는 데 지체 없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후보자는 "식량, 의료 지원은 망설임없이 해야 하고, 째째하지 말고 통크게 했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물, 술, 쌀, 의약품 등은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 품목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북한한의 금강산 물, 백두산 물, 대동강 술을 남측의 쌀, 의약품과 맞바꾸는 '물물교환 방식'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북측에 제안하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하지만 '대북 인도적 교류 재개→남북관계 회복→북미대화 견인'으로 요약되는 이 후보자의 대북 구상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때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 남북관계를 제대로 추동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 전 장관은 대북 개별관광과 보건분야 협력 등을 앞세워 남북대화를 잇고자 했으나, 북한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더욱이 물물교환을 위해 물자를 실은 남측 선박이 북측 항구에 입항하면 미국의 대북 제재에 저촉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자신의 계획이 제재에 걸릴 수 있는 점을 모를리 없다"면서 "추가적 방책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후보자가 야당의 표적이 된 만큼, 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것을 의식해 '결정적 대북 카드'는 이날 꺼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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