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휴스턴 中영사관 폐쇄에 中 반격 수위 주목?
홍콩 영사관, 우한의 10배 규모… 청두도 거론?
美 기업 제재ㆍ남중국해 도발 가능성도
중국 여론이 홍콩 주재 미국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성화다.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한 것에 맞불을 놓자는 것이다. 연일 미국에게 뒤통수를 맞고 있는 중국이 이번에는 반격 수위를 어디까지 높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난 중국 민심 "우한 美총영사관 폐쇄로는 성에 안 찬다"
관영 환구시보는 23일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웨이보에서는 80%, 트위터에서는 64%의 네티즌이 '홍콩 미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로이터통신이 중국의 대응 조치로 "후베이성 우한 총영사관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홍콩과 우한의 미국총영사관은 규모와 역할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우한총영사관 외교관은 10여명에 불과한 반면 홍콩의 경우 현지 직원까지 합하면 1,000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9년 미중 수교보다 100년 이상 앞선 1843년에 설치돼 사실상 대사관으로 기능해 왔다. 지난해 8월 조슈아웡(黃之鋒) 등 홍콩 민주진영 인사들이 줄리 에이드 미영사관 정치부장을 만나는 사진이 공개돼 중국이 반발했지만 미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홍콩 시위를 옹호할 정도로 반중 봉쇄의 거점으로 삼은 곳이기도 하다.
홍콩 총영사관은 대중 봉쇄 전초기지... "미국 뼈아파 할 것"
이에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해온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우한 영사관은 미국이 철수를 준비한 곳이라 중국이 휴스턴에서 떠나는 것과 피해 수준이 다르다"면서 "홍콩 총영사관은 폐쇄하지 않고 인원을 절반으로만 줄여도 미국이 뼈아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한 총영사관은 양국 통틀어 가장 최근인 2008년 문을 열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1월 철수했다가 지난달에서야 직원들이 복귀해 아직 어수선한 상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남서부 지역을 관할하는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청두의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제재에 수위 맞춰 보복해온 중국, 이번엔?
중국은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부터 철저하게 '등가성'의 원칙에 따라 미국이 먼저 때리면 그에 맞춰 보복해왔다. 학자 방문비자 차단, 유학생 입국 거부, 기업 제재, 언론사 추방, 홍콩ㆍ신장위구르 인권침해 관련 개인ㆍ기관 처벌 등 일련의 조치를 주고 받았다.
진찬룽(金燦榮)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수교 이래 전례 없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를 보여준다"면서 "하지만 중국은 신냉전을 피하기 위해 같은 수준에서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은 미국 총영사관 한 곳을 폐쇄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미중 양국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상대국에 각각 5곳의 총영사관(홍콩 제외)을 운영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미국인 체포, 군사행동 등 불의의 일격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중국이 허를 찌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역전쟁 과정에서 줄곧 거론된 기업 '블랙리스트' 명단을 전격 공개하거나 중국 주재 미국인을 볼모로 잡는 등의 시나리오다. 지난 11일 미 국무부는 "중국 내 미국인이 영사조력을 받지 못하고 억류될 수 있다"며 자의적 체포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
'성동격서'식으로 남중국해나 대만 인근에서 군사훈련의 강도를 높이며 미국의 우방국들을 압박할 수도 있다. 중국이 지난 1월 타결한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이행 속도를 늦춘다면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북미 대화가 장기간 교착된 상태에서 북중 밀착이나 북중러 공조를 강화하는 것도 중국이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美대선 앞두고 관계 더 악화할 것... 지금은 티핑 포인트"
중국 매체와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조치를 "졸렬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미쳐 날뛰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은 대선까지 이런 공격과 도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글로벌타임스는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의 긴장 수위를 높이는 게 재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모험주의적 행동으로 양국 관계가 매우 위험한 티핑 포인트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뤼샹(呂祥)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이 억지논리로 외교관을 주재국에서 내쫓았다"면서 "미중관계는 앞으로도 최악의 시련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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