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총영사관 폐쇄 조치를 취하면서 미중관계는 1979년 국교 정상화 이후 40여년만에 가장 첨예한 대결 상태에 놓이게 됐다. 국방ㆍ무역ㆍ기술ㆍ외교 등 전방위 분야에서 회복불능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세계 양대 경제대국의 관계가 수십년만에 바닥으로 끌어내려졌다"면서 근래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직간접인 계기가 된 8가지 주요 사건을 꼽았다. 전날 있었던 휴스턴 주재 중국영사관 폐쇄는 여기에 하나가 더 보태졌다는 취지다.
미중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 바이러스' 또는 '우한 바이러스' 명칭을 고집하며 중국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지난 8일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선언할 때도 중국을 탓했다. 최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WHO가 중국에 매수됐다"고 비난의 강도를 한껏 높이기도 했다.
겨우 한 숨 돌린 무역전쟁은 사실 여전히 진행형이다. 트럼프 정부가 2018년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이에 맞대응한 결과 세계 경제 둔화로 이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1월 1단계 무역합의가 이뤄졌지만 표면상의 휴전일 뿐 미국은 자국 제조업에 탈(脫)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남중국해 갈등은 최근 무력충돌 우려로 번지고 있다. 그간 중국과 대척점에 있는 동남아 국가들을 직간접 지원하는 수준이던 미국은 최근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완전한 불법"이라고 비난하며 논란의 중심을 자처하고 나섰다. 대만 문제가 결부된 가운데 양국은 상대를 겨냥해 항공모함전단을 비롯한 전략자산을 수시로 전개하고 있다.
홍콩과 신장위구르 문제는 미중 갈등을 절정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중국은 영토주권 차원이라며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하나씩 철회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구르인권법 서명과 이후의 제재에 대해서도 중국은 "내정간섭 말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간 논란은 사실상 4차 산업혁명 패권 경쟁의 성격이 짙다. 미중 양국은 상대국 언론에 대해서도 제재의 칼을 휘두르고 있고, 미국 내 중국인 연구진ㆍ유학생 문제를 두고도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다. 대북 제재도 미중 갈등의 한 원인으로 꼽혔다. 표면적으로는 미중 양국이 공히 '핵 없는 북한'을 지향한다지만 유엔 차원 및 미국의 독자 제재를 두고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크레이그 알렌 미중 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두 강대국이 공히 점점 더 강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서로 소리지르고 문을 쾅 닫는다면 세상은 매우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정부의 갑작스런 중국 공관 폐쇄는 이 같은 우려에 기름을 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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