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별도의 법 개정까지 추진하면서 데이터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 주재의 크고 작은 업체들은 중국 당국의 ‘데이터 검열’에 대응, 상대적으로 기업 경영이 원활한 싱가포르에 속속 새 둥지를 틀고 있다.
23일 중국 인민일보 뉴스 포털사이트 '인민망(人民網)' 등에 따르면 관계 당국은 정부와 기업에서 다루는 데이터를 엄격히 규제하는 법안(數據安全法·데이터안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데이터를 변조하거나 부정하게 이용해 국가 안보를 훼손한다고 판단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한 게 골자다.
문제는 새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해외 기업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때문이다. 홍콩보안법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개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삭제할 수 있고, 안보 문제를 이유로 각 기업에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두 법안이 함께 효력이 발동할 경우, 중국 정부가 홍콩 소재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데이터를 마음대로 들여다보는 게 훨씬 수월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홍콩의 다수 정보기술(IT) 기업과 데이터센터 등은 적극적으로 '헥시트(HKexit·홍콩 탈출)'를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미 홍콩에서 운영해 온 백업 데이터센터를 지난달 싱가포르로 이전 완료했고, 중국 내에서 막혀 있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글로벌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우회로 서비스(VPN)를 제공하던 기업 '터널베어'도 최근 홍콩 대신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서버를 운영키로 했다. 고객 데이터 보호가 신뢰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일부 스타트업들도 짐을 싸기 시작했다. 12년차 홍콩 스타트업 '아워스카이'는 향후 1년간 영국에 터를 잡겠다고 밝혔으며, 데이터 스타트업 '매저러블AI'는 뉴욕으로, 에너지 스타트업 '리퀴드스타'는 싱가포르로 거점을 옮기기로 했다.
싱가포르의 경우엔 네트워크 환경이 잘 구축돼 있는 데다 법인세가 낮다. 정치적 불안정이나 자연재해가 거의 없다는 부분도 장점이다. 지리적으로는 향후 데이터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남아시아와 이미 고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동아시아에 모두 접하고 있어 아시아 지역 데이터 사업 거검으로 활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 내용이 모호하고 어떤 식으로 적용될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홍콩보안법의 영향을 속단하기엔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정치적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없애고 싶은 기업들에게는 홍콩보다는 싱가포르 등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