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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乙)들이 눈물 흘리지 않게"... 상생조정위 1년,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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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乙)들이 눈물 흘리지 않게"... 상생조정위 1년, 자리잡았다

입력
2020.07.24 04:30
수정
2020.07.24 08:5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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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 등 중소기업 피해 도와
1년 간 33건 맡아 9건 조정

박영선(뒷줄 오른쪽 세 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6월 23일 서울 구로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상생조정위원회 제5차 회의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박영선(뒷줄 오른쪽 세 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6월 23일 서울 구로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상생조정위원회 제5차 회의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경기도에 위치한 A사는 자동차 전장 부품을 만들어 대기업 B사에 납품한다. A사는 인건비와 원재료비가 상승하자 납품대금을 올려달라고 2017년부터 B사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A사는 공급원가(인건비, 경비 등)가 일정 이상 변동하면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납품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수ㆍ위탁거래 납품대금 조정협의 제도'에 따라 조정 신청을 냈지만 허사였다. 우여곡절 끝에 이 사안은 지난 해 12월 상생조정위원회(상생조정위)에 상정됐고 만족할만한 결과도 얻어냈다. 상생조정위는 B사에게 A사에 납품대금 인상분 6,000만원 지급을 권고했고 양 측의 수락과 함께 합의점에 도달했다. A사 관계자는 "물건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 앞에서 언제나 '을'이다"며 "지금 있는 납품 계약마저 잘릴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상생조정위 덕에 쉽고 빠르게 보상받았다"고 말했다.

기술탈취 등 불공정 거래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 구제를 위해 출범한 상생조정위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출범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불공정 행위 관련 사안을 조정ㆍ중재하는 범 부처 '민관 협업 컨트롤 타워'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2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신설된 상생조정위는 지금까지 33건의 사건 심의 과정에서 9건의 조정을 이끌어냈다. 이 가운데는 검찰 수사 사건(9건)을 상생위에서 조정만으로 해결한 사례(2건)도 포함돼 있다.

상생조정위원회 조정ㆍ중재-현황

상생조정위원회 조정ㆍ중재-현황


상생조정위는 수ㆍ위탁거래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와 기술 분쟁 관련 사건을 조정ㆍ중재하는 기구다. 중기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대검찰청, 경찰청, 특허청을 비롯한 유관 부처, 업계 대표, 전문가 등을 포함한 17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간 기업 간 거래에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면 중기부와 공정위, 특허청 등이 각각 조사를 맡아 부처 간 연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고소, 고발로 갈 경우 시간과 비용 등이 중소기업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2018년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술유출이 발생한 경우 중소기업들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로 '소송비용 부담'과 '긴 소송시간'이 46.7%, 43.5%를 각각 차지했다.

하지만 상생조정위를 통해 '을'인 중소기업도 '갑'인 대기업과 대등한 조건에서 분쟁 협의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상생조정위 결정 사항에 강제력은 없지만 사정 당국이 참여하는 만큼 '갑'이 횡포를 부릴 여지가 적다. 서울에 있는 한 건설 업체는 하도급 업체에 남은 공사대금 1,000만원을 주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해당 사안이 상생조정위에 상정된다는 통보를 듣자 바로 미지급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최근 상생조정위 설치와 관련해 마련된 법적 근거도 호재다. 지난 달 '상생조정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상생조정위는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기업 간 불공정 행위가 소송으로 가면 중소기업에 큰 부담인데 상생조정위 설치는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상생조정위 활동을 통해 분쟁을 자율적으로 신속히 해결하는 문화가 기업 생태계 전반으로 펴져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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