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 300ㆍ특수전문분야 50ㆍ 의과학자 50명
공공의대도 2024년 개교 목표로 설립 추진
지역내 중증외상 등 취약분야 '사각' 해소 겨냥해
정부가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대정원을 매년 400명씩 늘리기로 함에 따라 수년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논란만 이어오던 의대정원 증원 문제가 비로소 마침표를 찍었다. 2006년 의대정원 동결 이후 16년 만이다. 역학조사관, 감염내과 등 필수분야 중심 인재를 양성하는 공공의대도 2024년 개교를 목표로 설립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의대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에 따른 의정협의 과정에서 약 10%(351명) 감축됐으며, 2006년 이후 지금까지 3,058명으로 묶여있었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임상의사(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도 인구 1,000명당 2.39명에 그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급속한 고령화와 높아진 소득수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염병 유행 등으로 나날이 증가하는 의료수요를 충족시키기 힘들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배경이다.
더욱이 수 년간 의사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에서는 의사부족 현상이 심화됐고, 소위 돈 벌이가 되는 피부과 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내과나 산부인과, 감염내과 등 필수 전문과목은 등한시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대정원을 매년 최대 400명 증원하기로 하고, 이들을 지역과 특수ㆍ전문분야 등 꼭 필요하지만 부족했던 분야에 집중시키기로 했다. 400명은 △지역 내 중증ㆍ필수 의료분야에 의무적으로 종사하는 ‘지역의사’ 300명과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소아외과 등 특수ㆍ전문분야 인재 50명 △기초과학, 제약ㆍ바이오 등 의과학 분야 인재 50명 등으로 구성된다. 정원은 5년마다 실시되는 보건의료인력 수급 추계를 통해 조정될 수 있으며, 2032년부터는 다시 3,058명으로 줄어든다.
우선 지역의사의 경우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별도 선발하며 10년간 지역 내 공공 의료 및 중증ㆍ필수 의료기능 수행 의료기관에서 의무복무를 하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지급한다. 전문과목도 내과나 일반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필수 전문과목으로 한정된다. 의무복무 기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장학금 환수는 물론 면허취소까지 가능하며 의무복무 잔여기간 내에는 면허 재발급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특수ㆍ전문분야와 의과학자 분야는 재학생 중 해당 분야 인력 양성을 조건으로 대학에 추가 정원을 배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신입으로 뽑아 인력양성에 6년이 소요되는 지역의사와는 달리 특수ㆍ전문분야와 의과학자 분야는 2025년부터 인력배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늘어나는 정원을 수용할 대학 선발은 대학의 교육여건과 학생선발 방법의 타당성, 인력양성 프로그램 충실도, 해당 분야 교수 채용 및 재정지원 관련 인프라 등을 고려해 이뤄질 계획이다. 다만 지역의사 분야의 경우 의사 수 부족 지역 및 의대정원이 40~49인 안팎인 소규모 대학이 우선 고려 대상이다. 지역 불균형 해소와 교육과정 내실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반면 특수ㆍ전문분야와 의과학자 분야의 경우 지역이나 대학 규모에 관계없이 해당 분야 진로 유인책과 유관기관 협력방안 등을 중심으로 심사한다.
일종의 의무사관학교로, 국가와 공공이 필요로 하는 필수분야 중심 인재를 양성하는 공공의대는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24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관련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학생선발은 시ㆍ도별 의료취약지 규모와 필요 공공의료인력 수 등을 고려해 시ㆍ도별로 학생을 일정 비율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실습 등을 위한 별도 부속병원은 설립하지 않고 국립중앙의료원(NMC)과 남원의료원 등을 교육병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공공의대 또한 10년간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종사하는 것을 조건으로 입학금과 수업료, 실습비, 기숙사비 등 일체를 국고로 지원한다.
정부의 이번 정책을 바라보는 의료계 내부 입장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줄곧 반대 의사를 표명해 온 의사협회는 구체적인 일정(내달 14일이나 18일)을 내밀며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필수 의료 분야나 지역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은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억누르고 쥐어짜기에만 급급한 보건의료 정책 때문"이라며 "무분별한 의사 인력 증원은 의료비 폭증과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병원협회는 정반대 입장을 표했다. 병협은 "의사 인력 부족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의료현장이 개선될 수 있는 실마리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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