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시절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류현진(33ㆍ토론토)과 김광현(32ㆍ세인트루이스)이 이제는 세계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야구 팬들의 아침을 동시에 책임진다.
빅리그에서도 정상급 반열에 올라선 8년차 류현진은 토론토의 개막전 선발로, 이제 첫발을 뗀 루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로 2020시즌에 돌입한다.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진행되는 올해 개막일은 24일이지만 한국인 빅리거가 속한 팀들은 일제히 25일 첫 경기를 치른다.
류현진은 25일 오전 7시40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리는 탬파베이와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 시즌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애리조나와 개막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쳐 선발승을 따낸 데 이어 2년 연속 개막전 출격이다.
2019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토론토와 4년 8,000만달러에 계약한 류현진의 개막 등판은 예견된 일이었다. 토론토가 류현진에게 투자한 금액은 구단 역대 최고액이다. 개막 전 두 차례 실전에서 5이닝 1실점, 5이닝 4실점으로 점검을 마친 류현진은 “개막전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다”며 “달라진 건 유니폼 하나”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현지 언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팀당 60경기만 치르는 상황이 류현진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23일 토론토의 사이영상 후보로 류현진을 꼽으며 “건강한 류현진은 최고 투수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시즌 12경기 선발 등판을 예상하면서 “류현진은 지난 시즌 초반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의 믿기 힘든 성적을 냈다”고 전했다.
류현진의 개막전 선발 맞대결 상대는 우완 베테랑 찰리 모튼(37)이다. 2008년 빅리그에 데뷔한 모튼은 통산 91승(87패)을 거뒀고, 지난해 탬파베이에서 16승6패 평균자책점 3.05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지난 겨울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달러에 도장을 찍으면서 메이저리거 꿈을 이룬 김광현은 비록 원했던 선발 보직이 아니지만 데뷔 시즌에 마무리 중책을 맡았다. 스프링캠프 기간 4이닝 무실점 11탈삼진, 여름 캠프 청백전에서 5이닝 무실점 5탈삼진으로 위력적인 구위를 펼치며 선발 진입 가능성을 높였으나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5선발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를 택했다.
선발 투수로만 뛰었던 김광현에게 소방수는 낯선 역할이지만 그는 23일 캔자스시티와 시범경기에서 완벽한 ‘쇼케이스’를 펼쳤다. 팀이 6-3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9회를 완벽하게 틀어 막은 김광현의 투구에 실트 감독은 “좌ㆍ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좋은 템포와 다양한 구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며 “마무리를 맡은 이유를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또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광현과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세리머니 장면을 올리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고, 이날 생일을 맞은 김광현에게 ‘KK(김광현 별명), 생일 축하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기대했던 선발로 시즌을 시작하는 게 아니지만 김광현은 담담하게 새 임무를 받아들였다. 그는 “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했을 때 승리에 기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팀이 많은 경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새로운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인 빅리거 ‘맏형’ 추신수(38ㆍ텍사스)는 이번 시즌에도 리드오프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와 계약 마지막 해인 추신수는 올 시즌 빅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건재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는 “매 시즌 나 자신을 믿는다”며 “몇 년은 더 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류현진과 개막전에서 투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인 최지만(29ㆍ탬파베이)은 올해 주전 1루수를 확보했다. 지난 시즌 데뷔 후 최다인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1 19홈런 63타점을 찍은 그는 22일 청백전에서 3점포를 쏘아 올리며 예열을 마쳤다. 류현진과 첫 맞대결을 앞둔 최지만은 “같은 선수로 생각할 뿐이라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학교 동문들은 엄청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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