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대혁명 당시 정권을 잡았던 자코뱅당과 당수 로베스피에르는 민중의 삶을 그 누구보다 걱정했다. 그래서 나온 정책이 생필품이었던 우유값 규제. 누구나 싼 가격에 우유를 마실 수 있도록 가격을 묶었다. 그러자 공급이 줄면서 거래가 사라졌고,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우유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로베스피에르가 단두대에 오른 이유는 이 우유값 규제 실패도 한몫했다는 가설이 있다.
현재의 정부도 기시감을 불러 일으킨다. 문재인 정부 들어 무려 22번째 부동산 규제 정책이 나왔지만 오히려 무섭게 치솟는 집값. 이쯤되니 "애초부터 정부는 집값을 잡을 마음이 없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모순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복돼 왔다.
책은 수백년 역사를 넘나들며 전 세계의 황당한 규제 정책이 불러온 참사를 되짚는다. '하룻밤에 읽는 규제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어도 좋겠다.
선한 의도와 좋은 명분으로 시작했건만 규제가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대 교수로서 한국규제학회에서 활동 중인 저자는 정책 입안자가 "예견된 실패"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본래 정책이란 건 시행착오를 거치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다른 나라에서 과거에 시행해 봤더니 문제가 있었고, 많은 연구 결과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함에도 같은 성격의 규제를 강행할 때 '규제의 역설'이 발생한다.
우리 현실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 최저임금제는 전체 근로자의 소득을 감소시킨 측면이 있고, 비정규직 보호법은 오히려 실업자를 늘렸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논의 중인 부유세 도입은 국내 자본을 해외로 이탈시킬 가능성이 많다. 역사 속에서 반면교사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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