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아스터교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많아도 어떤 종교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식의 수준도 니체의 명저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자라투스트라가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 조로아스터의 독일식 발음이며, 고대 종교로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 등 여러 종교에 영향을 미쳤다는 정도에서 대부분 그친다. 불을 숭배하는 배화교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요즘은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인도의 조로아스터교도인 파르시 출신이라는 것 정도로 알려져 있다. 서구에서도 조로아스터교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행해진 지 200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고대 종교 연구 권위자인 영국 학자 메리 보이스(1920~2006)가 쓴 이 책은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시리즈 3권 가운데 1975년 출간된 첫 번째 권이다. 한국에 번역 소개된 것 이번이 처음이다.
책을 읽다 보면 조로아스터교에 대해 흔히 알려져 있는 개념이 대부분 오해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로아스터교도들은 생명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불만큼이나 물을 숭배했기 때문에 배화교라 단정하는 건 옳지 않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유일신 사상에 큰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조로아스터교 자체는 다신교적 배경에서 탄생했고 유일신만을 섬기진 않는다. 고대에 이미 사라진 종교처럼 인식되지만 지금도 조로아스터교의 분파가 인도 등에서 신앙을 이어가고 있다.
조로아스터교의 가르침이 기존의 종교 관념과 매우 다르게 개혁적이었으며 도덕적 기준을 제시한 최초의 종교라는 점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역자는 이 책을 통해 조로아스터교가 어떻게 생겨나게 됐는지 발생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한편, 윤리학적 관점에서 어떤 점을 중시했는지 살펴보라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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