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다짐이 쏟아지고 있다. 잇단 권력형 성폭력 의혹ㆍ사건 대응책을 고심 중인 더불어민주당 얘기다. 윤리감찰단을 신설해 인지수사 수준의 조사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강제 수사권은 없지만 정기적 동향 조사로 예방 효과를 얻겠다는 취지다. 성 비위자에 대한 영구 공천 배제도 검토한다. 범죄가 드러나면 어차피 공천은 어렵기 마련이지만, 명시적인 ‘영구 공천배제’ 규정이 사전에 주는 심리적 경고 효과가 크다는 취지에서다. 비상 징계, 성교육 이수 강화, 신고센터 보안 등도 논의 중이다.
각오는 넘쳐나지만 내부 반응은 회의적이다. 성폭력 문제에 밝은 한 여당 의원은 “딱 없는 것 보다 나은 정도”라며 막막해 했다. 감찰단 조사 권한이 제한적이며, 당 대표 직속 기구가 ‘젠더 감수성’보다 ‘정무 감각’을 발휘하기 십상이라는 각론은 차라리 문제가 아니다. 그간 의혹ㆍ사건들이 이어진 게 정말 약속이 모자라서, 특별기구가 모자라서, 상설기구가 모자라서, 징계가 모자라서, 당규 개정이 모자라서는 아니라는 점을 모두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뒤늦게나마 여당에선 사과와 반성 메시지가 쏟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이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직후 민주당이 약속한 △피해자 보호주의 △불관용 △근본적 해결 등의 3대 원칙은 왜 이번 사건 앞에 무력했는가. 적잖은 여권 인사들이 동참해 마련했던 서울시의 촘촘한 젠더 정책들은 왜 시장실 앞에서 멈췄는가. 수 차례 공언했던 온갖 성폭력 방지 대책 법안은 왜 20대 국회에서 계류를 거듭하다 사라졌는가.
물론 철저히 감시하고, 일벌백계 하겠다는 당의 엄포가 갖는 상징성은 크다. 공직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향한 강력한 시그널도 될 테다. 하지만 그 매서운 잣대가 ‘나를 향할 때는 무뎌질 것’이라는 믿음까지 당이 함께 주는 상태로는 무용지물이다. 하필 민주당은 ‘잘해도 못해도 우리 책임’이라는 책임과 각오를 기꺼이 짊어진 마당이다. 지금 가장 뼈아프게 되물어야 할 것은 ‘어떤 특위가 더 필요한지’가 아니라 '당내에서조차 우리당 젠더 감수성은 바닥이라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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