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해외 미군 대폭 축소 약속했지만 실패
"참모진 만류로 좌절"... 오바마 때보다 늘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까지 해외 주둔 미군을 대폭 감축하는 데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전 대선 공약이자 재선을 위한 지지층 결집에 확실한 호재지만, 참모들 만류로 철군 카드가 번번이 좌절되면서 더욱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주한미군 감축설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미군 병력을 집으로 데려오는 데 완강한 입장”이라면서 배경을 탐색했다. 사안에 정통한 당국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과 가진 회의에서 “대선 전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대규모로 줄일 수 없겠느냐”며 조급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아프간 미군을 취임 당시 수준인 8,600명 아래로 추가 철수하는 문제는 올해 2월 탈레반과 맺은 평화협정 합의안의 요건이 얼마나 충족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환기하며 사실상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시리아에 있는 미군은 감축할 수 있느냐”고 화제를 전환했다. 참모들은 이번엔 단호하게 ‘불가’ 입장을 밝혔다. 시리아에 머물고 있는 800명의 미군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러시아, 이란, 터키의 세 확장을 막기 위한 전투에 참여하고 있어 당장 뺄 수 없다고 대통령을 설득했다. 그로부터 몇 주 뒤인 지난달 24일 현재 3만4,500명인 주독미군을 9,500명 감축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병력 규모에 유독 매달리는 건 2016년 대선 공약이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20만명이던 해외 병력을 상당수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등에선 미군이 단순히 치안유지 업무만 맡고 있고, 반면 독일과 한국 등은 자체 방어력이 있는데도 미국민의 세금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행정부 인사들이 지연 전술을 펼친 결과, 해외 병력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보다 오히려 약간 늘었다고 WP는 지적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인사들을 만났듯, 성난 동맹국을 달래는 역할까지 참모들 몫이었다. 의회도 대통령 시도에 반기를 들었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마코 루비오,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달 말 민주당 의원들과 주독미군 감축을 어렵게 하는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게 대표적이다.
감축 대상국들은 11월 예정된 대선 결과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신문은 주독미군 감축 로드맵과 관련, 나토 외교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말 전까지 병력 철수를 이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결정이 뒤집힐 것으로 믿고 있어서다. WP는 “한국처럼 방위비 증액 압박에 직면한 일본 역시 주한미군 사례를 면밀히 들여다 보며 대선까지 협상이 지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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