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7월이 위태롭다. 지난달 한때 1위 자리까지 위협했던 팀 순위는 5위로 급전직하했다. 호기롭게 한국시리즈 도전이란 말을 꺼냈던 시즌 개막 전을 떠올리면 '가을야구'도 장담할 수 없는 초라한 현실이다.
야수진의 부상, 마운드의 부진이 겹친 난국이지만 가장 큰 원인은 불펜진의 몰락이다. 한 시즌에 한번 당할까 말까 하는 대역전패를 일주일새 두 번이나 당했다. LG는 지난 21일 수원 KT전에서 7회초까지 8-1로 앞서던 경기를 9-10으로 내줬다. 16일 부산 롯데전에서도 10-4로 앞서다가 6회에만 7실점 하며 10-15로 역전패한지 불과 닷새 만에 반복된 ‘참사’였다.
5월까지만 해도 LG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3.53으로 10개 팀 중 가장 낮았다. 하지만 6월 평균자책점이 6.39로 치솟더니 7월엔 8.24에 이른다. 리드하고 있는 경기에서 등판하는 투수마다 속수무책으로 난타를 당하며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 우완 불펜 김대현의 7월 평균자책점은 무려 9.82다. 승승장구하던 LG 마운드의 몰락은 충격적이지만 전문가들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현은 지난해 5승과 9홀드를 수확하며 성장했다고 하나 여전히 제구력에 물음표가 붙은 ‘미완의 대기’에 가깝다. 최근 4경기에서 4실점 한 필승조의 핵심 정우영도 지난해 신인왕이지만 2년차 투수다. 류중일 감독이 오매불망 기다려 온 마무리 고우석도 마찬가지다. 수술 후에도 강속구의 위력을 유지할지도 미지수지만 풀타임 마무리 첫 해였던 지난 시즌 성적만으로 고우석을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간 송은범은 반대의 경우다. 경험만 믿고 지난 시즌 트레이드 해 왔지만 이제는 내리막길인 선수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진해수도 구위로 승부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아직은 검증됐다고 볼 수 없는 신예, 혹은 구위가 떨어진 불펜이 안고 있는 위험이 터진 셈이다. 잘 풀릴 때는 패기와 경험이 어우러진 조합이지만 최악의 경우를 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G는 2018년에도 전반기까지 승승장구하다가 마운드의 집단 부상과 부진으로 후반기 추락했던 경험이 있다. 불펜 가용 인원을 최소한으로 한정해 놓다 보니 장기 레이스에서 탈이 난 결과였다. 또다시 불펜에 켜진 ‘빨간 불’을 끄지 않고서는 강팀에 약하고, 약팀에만 강한 패턴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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