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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팔면 끝? 치킨게임 치닫는 한국형 구독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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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팔면 끝? 치킨게임 치닫는 한국형 구독경제

입력
2020.07.23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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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보다 저렴' 획일화된 혜택만 앞세워
다른 곳엔 없는 차별화 가치 제공 부족
수익성ㆍ장기 구독자 확보 전략 세워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유통업계에 불어 닥친 ‘구독경제’ 바람이 거세다. 매월 일정 비용을 지불할 경우, 지정한 제품의 정기적인 수령이나 일정 기간 동안,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구독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의 의존도가 높은 유통업계에선 구동경제의 도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매월 유료 정기회원을 확보하면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데다, 이용자에게 상품을 배송하면서 코로나19 사태의 비대면 서비스로는 안성맞춤이다. 자동차에서부터 집이나 옷, 음식 등으로 구독경제의 품목이 다양해지는 배경이다.

하지만 국내 구독 서비스들은 비슷한 재화를 두고 단순히 할인 혜택만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확실하게 차별화된 전략 부재 시, 자칫 과열된 할인 경쟁으로 유통업계의 수익성 악화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 유통 기업들이 최근 들어 빵ㆍ커피(뚜레쥬르ㆍ파리바게뜨), 과일(신세계백화점), 과자(롯데제과), 햄버거(버거킹) 등 구독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했다. 일일이 살 때 내는 정가보다 싼값에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식품 월정액 서비스다.

구독경제의 확산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2000년 2,150억달러였던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이 올해 5,300억달러로 2배 넘는 성장이 예상된다. 문제는 너무 많은 단편적인 서비스만 우후죽순처럼 쏟아진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선 '구독 피로감(Subscription Fatigue)'이란 용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구독경제의 홍수 속에 생존하기 위해선 해외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유료 멤버십 기반의 미국 코스트코는 구독경제 원조 기업이자, 성공한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다른 마트에서 구하기 힘든 질 좋은 상품을 대량으로 구비해 다른 매장보다 훨씬 싼 값에 판매, 연회비(120달러) 보다 높은 소비가치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스트코는 지난해에만 연회비로 33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였고 멤버십 갱신율은 88%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구독 서비스는 하나 같이 '정가보다 싸다'는 점만 소구한다. 빵이나 과일, 과자, 햄버거 등은 특정 기업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고 다양하게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이용자들이 구독을 유지하게끔 만드는 가치 또는 특전이 부족한 셈이다. 미국 경영컨설팅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최소 1년간 구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최대 80~90%가 이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구독 형태만 취해선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국내 유통기업의 주요 구독 서비스 내용

국내 유통기업의 주요 구독 서비스 내용


반면 국내에선 할인에만 몰두하면서 가격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뚜레쥬르가 빵과 커피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자 2주 후 파리바게뜨도 뛰어들었다. 뚜레쥬르 커피와 샌드위치 세트 구독료보다 각각 100원, 600원씩 요금만 깎았을 뿐 동일한 상품이다.

국내 식품 시장 구독경제가 워낙 초기 단계이다 보니, 기업들이 구독경제 자체를 수익 모델로 삼기보단 고객 유치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 대표주자인 넷플릭스의 성공 이유가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고품질의 오리지널(자체제작) 콘텐츠에 있다는 점을 눈 여겨 봐야 한다”며 “품목에 관계없이 소비자들이 ‘이곳에선 뭔가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해야 구독경제의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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