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0%, 중독을 개인의 일탈적 습관ㆍ기질 문제로 오인
‘중독(의존)은 치료해야 하는 뇌질환’이란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은 50%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회장 임태환) 중독연구특별위원회가 ‘세계 뇌의 날’(7월 22일)을 맞아 실시한 ‘약물 오남용 대국민 인식 조사’에서다.
중독연구특별위원회가 지난 6월 전국 성인 남녀 1,020명에게 중독(의존)은 어떤 현상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뇌 조절력 상실에 의한 질병(35.4%) △성격ㆍ의지의 문제(22.0%) △잘못된 습관의 문제(20.7%) △우울증ㆍ불안장애 등에 의한 행동 문제(15.4%) △잘 모르겠다(6.6%) 등으로 답했다.
중독(의존)이 질병 때문이라고 말한 응답자는 50.8%에 그쳤고, 나머지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적 습관이나 기질적 문제로 잘못 알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중독은 뇌과학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이 정상적인 조절 기능을 잃어 병적인 상태로 바뀐 것”이라고 했다.
강훈철 중독연구특별위원회 간사(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중독은 보상ㆍ스트레스ㆍ자기조절에 관련된 뇌 회로의 기능적 변화를 수반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기에 뇌질환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그는 “중독을 조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뇌 기능이 영구적으로 바뀌고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프로포폴 같은 중독성 물질뿐만 아니라 과도한 도박과 스마트폰 사용, 게임 등과 같은 중독성 행동이 대부분 중뇌의 복측 피개 영역(VAT)과 전두엽 내측 전전두엽, 중격측좌핵으로 이어진 신경망인 보상회로(‘쾌락중추’)를 강력하게 자극하는 요소다. 쾌락중추는 마약이나 알코올, 과도한 인터넷 게임 등에 강력히 반응해 그 행동의 양과 횟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집착 상태로 만든다.
코카인ㆍ알코올ㆍ도박 등의 중독자는 해당 물질ㆍ행동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쾌락중추가 강하게 반응한다. 이런 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신체ㆍ심리적으로 불편해지는 금단증상이 나타난다(‘의존’ 상태).
이런 특징은 물질중독자뿐만 아니라 행위중독자에게도 동일하게 관찰되고 임상적 특성도 일치한다. 이 때문에 ‘2013년 미국 정신과 질환 진단분류체계(DSM-5)’에서는 물질중독과 도박중독을 같은 중독 범위로 분류했다.
결국, 중독성 약물, 알코올이나 도박, 인터넷게임 등이 적절한 범위를 넘어서면 뇌 세포 부피가 줄어들고 쾌락중추에 장애가 생겨 조절능력을 잃어 개인ㆍ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중독이 되면 정상인보다 뇌세포가 위축되고 부피도 줄어든다. 기억력 저하, 성격의 변화, 수면-각성 주기 변화, 판단력과 지각능력 저하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뇌 발달이 미숙한 청소년은 중독성 약물이나 과도한 인터넷 게임 등과 같은 행위중독에 노출되면 뇌 발달이 더디고 전두엽 회백질의 부피도 줄어 사고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 충돌조절이나 통제력 등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임신이나 모유 수유 중 약물 중독에 노출된 유아는 출산 시 조산 또는 저체중일 위험이 높고, 떨림ㆍ발작ㆍ행동발달장애 등이 생기는 신생아 금단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이해국 중독연구특별위원회 간사(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은 특성상 기초수급자 등 빈곤층 중독률이 높다”며 “이 때문에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락해 또 다시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쉽다”고 했다. 그는 “청소년이나 여성, 빈곤층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중독 예방 및 치료를 통해 중독 폐해로 인한 개인ㆍ사회ㆍ경제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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