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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빨아들이는 ‘행정수도 이전’, 정권 말 승부수인가

입력
2020.07.21 18:30
수정
2020.07.21 21: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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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아파트경비노동자 등 공동주택 종사자 고용안정과 권익보호를 위한 상생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아파트경비노동자 등 공동주택 종사자 고용안정과 권익보호를 위한 상생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쏘아 올린 ‘행정수도 완성’ 이슈가 여권의 뚜렷한 반색 속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원내대표의 20일 깜짝 제안에 당청이 한 목소리로 화답, 정국을 빨아들일 조짐이다.

대권 잠룡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21일 찬성 의지를 분명히 하며 힘을 실었다. 청와대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 목표로 ‘지역 경제 회복’을 지목, 지방 분권 명분을 내걸어 보폭을 맞췄다. 행정수도 이전은 정국 주도권을 거머쥐는데 유리한 ‘다목적 카드’다.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성난 민심을 분산하는 고육책이다. 지방 유권자들이 반길 만한 선거 전략이기도 하다. 더구나 야권이 반대할 뾰족한 명분을 찾기 어려운 이슈다. '국가 균형 발전을 하지 말자는 거냐'는 반론에 부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헌법재판소에 다시 (수도 이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2004년 헌재가 제시한) 관습헌법 이론 여러 반론도 있었다”고 말했다. 헌재는 2004년 '대한민국 수도를 서울로 정한 건 관습 헌법이므로 수도를 이전하는 건 위헌'이라는 논리로 노무현 정부의 숙원이었던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을 막았다.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역시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적극 찬성한다”며 “2004년 헌재 판결의 핵심 내용은 국민의 뜻을 물어서 다시 결정하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헌재 판결이 '최종적 결정'이 아닌 만큼, 행정수도 이전을 재추진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청와대 비서관이자 여권 대선주자인 김경수 경남지사도 가세했다. 김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행정수도 이전 구상에 힘을 실었다. 김 지사는 “(노무현정부의 행정복합도시 계획에는) 청와대 이전 부지까지 들어가 있었다”며 “예정대로, 계획했던 대로 추진하는 게 국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을 전국에 2,3개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박 의장 역시 “국가 균형발전은 꼭 추진해야 할 과제다. 우선 '세종 국회'(국회 전체 혹은 일부의 세종 이전)가 성사됨으로써 국가균형발전과 역할을 선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청와대도 “국가 균형발전”을 콕 짚어 언급하며 논의를 견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한국판 뉴딜의 핵심 투자처는 지역”이라며 “정부는 사업성과 일자리 창출 능력이 높은 '지역 뉴딜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 단기적으로 지역경제 회복의 발판이 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을 한 차원 높여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의 전날 연설에 화답한 측면이 크다.

행정수도 이전 관련 여권 인사들의 말말말

행정수도 이전 관련 여권 인사들의 말말말


여권은 최근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 극복과 경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돌연 ‘지방분권’ 어젠더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큰 그림'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한 여권 인사는 “민주당에선 국가 균형 발전의 당위, 명분,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무르익은 상태”라면서 “자체 여론조사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 여론과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매우 우호적이라는 판단에서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의사당 설치,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은 민주당의 21대 총선 공약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슈퍼 여당으로서 입법 동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1년 반 뿐인데, '시그니처 성과'가 없다는 점도 여권은 고민했을 것이다.

대선급으로 치러지는 내년 4월 서울시장ㆍ부산시장 등 재보궐 선거와 2022년 3월 차기 대선을 감안해도 ‘지방 분권’은 매력적 화두다. 더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숙원 완성에 나선 당정청'이라는 프레임은 여권 지지층을 결집시킬 것이다. 야당이 대놓고 반대할 명분을 찾기 쉽지 않은 점도 관건이다. 노무현 정부 때 수도 이전 반대 여론에 불을 지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같은 ‘야당 거물 단체장’이 없는데다,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통합당 의원들 상당수가 비(非) 수도권 지역구를 둔 상황이다.

'여권이 행정수도 이전을 정략적으로 접근하려 하면 큰 탈이 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손해 볼 게 없다'는 게 민주당 분위기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행정수도 완성 자체를 반대하는 것인지, 찬성은 하는데 헌재의 위헌결정만 문제라는 것인지 입장을 밝혀주면 좋겠다”고 통합당을 거듭 압박했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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