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물의 주인이 아니라 보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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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의 주인이 아니라 보호자다

입력
2020.07.21 14:41
수정
2020.07.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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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박정윤올리브동물병원장

7월 초 동물단체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된 푸들.


7월 초, 한 살 남짓 된 푸들이 동물단체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반려동물미용사는 ‘미용’을 하러 온 강아지의 상태가 심각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 출동 후 동물단체에 인계된 사연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심하게 마르고 아파 보였다. 주둥이 가운데가 움푹 파이고 털과 피가 엉겨 악취가 심했다. 상처를 정확히 보기 위해 마취를 한 뒤 털을 밀고 보니 고무줄이 주둥이에 감겨 있었다. 묶인 고무줄 주변으로 살이 패여 주둥이는 거의 두 동강이 난 상태였다. 상태는 끔찍했다. 살이 파여 치아가 드러나고 얼굴이 부은 상태로 꼬리를 치고 사람을 좋아했다. 낑낑거림조차 없었다. 고무줄을 묶은 장본인은 1년 전 돈을 주고 푸들을 사서 키운 할아버지였다.


경찰의 도움으로 단체에 인계된 뒤 한 살배기 푸들은 ‘순두부’라는 임시 이름을 가졌다.



장난으로 고무줄을 감았다고 했다. 고무줄을 감은 채 털이 자라 덮일 때까지 본인도 잊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동물 학대라는 말에 할아버지는 발끈했다. 개가 죽은 것도 아닌데 무슨 학대냐고. 내 돈 주고 산 내 개한테 뭘 하든 무슨 상관이냐며 소유권을 고집했다. 경찰의 도움으로 단체에 인계된 뒤 한 살배기 푸들은 ‘순두부’라는 임시 이름을 가졌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몇 년 전 친구의 어머니가 이웃에 있는 노인 분의 집에 갔다가 집안에서 낑낑거리는 소리가 나서 찾아보니 불이 꺼진 화장실에 강아지가 있더란다. 화장실 욕조에 철망으로 된 장이 올려져 있고 그 안에 강아지가 있었다는 것. 용변을 치우기 쉽게 철망에 넣어 욕조 위에 올려두고 키운다는 노인에게 친구 어머니는 겨우 사정해서 돈을 주고 그 강아지를 데려와 키우셨다.

두 사례 모두 명백한 학대다. 학대란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어딘가에 가두거나 방치하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없게 하는 장난도 모두 학대에 포함된다. 하지만 가해 당사자들은 모른다. 오히려 화를 낸다. 왜일까. 내 소유물이라는 개념이 깊이 박힌 탓이다. 내가 주인이니까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 노비 제도의 ‘주인’에 대한 사고와 유사하다. 좋은 주인 나쁜 주인이 있을뿐 애초에 평등은 없다. 그래서 자신이 나쁜 주인일 수는 있지만 자신의 행동이 ‘범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디어 속 잔혹한 동물 학대를 보면서도 저런 범죄자는 인간으로의 결격사유를 가졌고, 다들 본인은 그런 부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범죄자’인지 모르는 학대자가 생각보다 많다.

반려동물 이전에 ‘애완동물(pet)’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애완(愛玩)이라는 명칭에는 희롱하고 가지고 논다는 뜻의 한자어 완(玩)이 쓰인다. 즐기기 위해 사육하는 동물이란 뜻이다. 애완이란 명칭은 틀렸다. 동물은 단순한 생물학적 장난감이 아니다. 고통을 느끼고 감정이 있고 사유하고 기억하는 인간과 같은 동등한 개체로 여겨져야 한다.

또, 가끔 개를 키우는 사람을 ‘견주’라고 칭하는 경우를 본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전문용어가 아니다. 번역서의 소유주의 개념을 그대로 쓰는 거다. 견주라는 말보다는 ‘보호자’라는 말을 추천한다. 사람은 동물을 소유하는 ‘주인’이 아닌 함께 살고 있는 동물의 ‘보호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학대 사건에 왠 호칭 타령이냐 할 수도 있다. 쉽게 돈으로 동물을 살 수 없어야 하고, 학대로 입건되면 소유권 박탈은 물론 영구적으로 동물을 소유할 수 없게 해야 하는 법안은 당연히 필요하다. 이런 제도와 법안의 요구를 당연한 전제로 두고,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들을 되짚어 보고 싶었다. 말이 바뀌면 인식도 대우도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불어 ‘순두부’를 지나치지 않고 신고해준 제보자와 신고 접수를 받고 발 빠르게 움직인 경찰과 구청 담당직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이들이 없었다면, 비명도 없이 한 생명이 사라졌을 것이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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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의 으라차차 동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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