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경찰서, 물품 가격 부풀린 혐의로 70대 입건
외국인 "내가 한글 모른다 생각해 사기친 것" 분통
점주 "한 사람에게만 실수한 것도 인연... 미안하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서 외국인 손님을 상대로 사지 않은 물건의 바코드를 찍는 식으로 물품 가격을 부풀린 혐의를 받는 편의점 점주가 덜미를 잡혔다. 이 노년의 편의점주는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지만, 피해를 본 외국인은 이런 경우가 과거에도 있었다며 "해당 점주가 한국 돈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만 골라 범행을 저질러 왔다"고 주장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종로구 북촌 일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73)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한국에 9년째 거주 중인 영국인 B씨를 속여 원래 구매하려던 물품 대신 그보다 가격이 높은 다른 물건을 결제하는 식으로 2만원가량을 더 받으려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 28일 음료 및 과자를 구매하려던 B씨에게 그가 계산대에 올려 놓지 않은 비눗방울 장난감을 추가로 결제했다. 또 A씨는 올해 4월 21일에는 B씨가 구매하려던 아이스크림과 소고기 팩을 중복 결제했으며, 지난달 21일에는 돈까스 도시락(4,800원) 대신 마스크(8,000원)를 결제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 피해자 측 주장이다. B씨는 "집이 근처라 이 편의점을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이라 생각하고 돈을 더 받은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B씨는 해당 편의점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북촌 한가운데 있어 점주 A씨가 다른 외국인을 상대로도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영수증을 받지 않거나 신용카드 결제 문자 메시지 서비스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알아채기도 어려울 뿐더러, 소액 사기로 경찰에 신고하는 절차 또한 복잡해 이런 피해가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A씨의 고의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벌금형을 받거나 무혐의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B씨는 "A씨가 제 얼굴을 확인하고 카운터 밑에 있는 다른 비싼 물건의 바코드를 찍었다"라며 "잘 모르고 지나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조금씩 돈을 더 받은 게 괘씸하다"고 말했다.
입건된 A씨는 "계산 중 실수"라며 "피해자의 문제 제기 후 사과하고 바로 결제를 취소했다"는 입장이다. 10년 넘게 북촌에서 편의점을 운영해왔다는 A씨는 "'1+1' 상품을 '2+1'으로 착각하거나 바로 전 손님이 현금으로 결제한 내역이 결제단말기에 남아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3번 연속 한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니 천생연분인가도 싶다"라며 "다시 만나면 제대로 사과하고 싶다"고 전했다.
편의점 이외에서도 외국인을 상대로 국내 상인들이 부당 요금을 챙기는 사례는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부산에서는 싱가포르 가족 관광객을 상대로 미터기 요금보다 10배 이상을 받은 택시기사가, 2017년 9월 서울 이태원에서는 미국인 손님이 술에 취한 사이 술값을 1,700만원 결제한 주점 업주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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