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 회동 후 두 달만에 가진 만남…친환경차·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협업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1일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만나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총수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을 포함한 미래 먹거리에 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양사에 따르면 이날 이 부회장은 남양연구소에 당초 예정보다 빠른 9시에 도착, 정 수석부회장과 함께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FCEV) 넥쏘에 탑승해 연구소 일대를 둘러봤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과 함께 동행했다. 현대차그룹에선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서보신 현대·기아차 상품담당 사장, 박동일 연구개발기획조정담당 부사장 등이 맞이했다. 양사 경영진은 약 3시간 동안 남양연구소를 둘러보고 인근 롤링힐스 호텔로 이동해 점심식사도 함께 했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이번 회동은 지난 5월 13일 삼성SDI 천안 배터리 사업장에서 만난 지 두 달 만에 이뤄졌다. 1차 회동에서 전기차 배터리 관련 협업을 논의했던 두 총수는 이날 미래 신성장 영역 전반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 특히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의 '두뇌'에 해당되는 차량용 반도체와 관련 논의가 활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2016년 테슬라와 주문형반도체(ASIC) 파운드리 계약을 맺고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또 시스템LSI사업부 독자적으로 차량용 시스템온칩(SoC) '엑시노스 오토 8890'을 개발해 아우디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이 인피니언, 엘모스반도체, ST마이크로 등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한 바 있다. 또 현대오트론 자체적으로 전기차용 전력반도체도 개발 중이다.
업계에선 양사의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분야에 대한 협업 가능성도 눈 여겨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앱티브'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한 이후 폭스바겐이나 다임러-보쉬 등을 뛰어넘는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또 2025년까지 제품군을 종전 자동차에서 개인용비행체(PAV), 로보틱스로 확장해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로움을 제공한다는 계획도 있다.
이 부회장은 재작년 인공지능(AI), 5세대(5G)통신, 바이오와 함께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꼽으면서 이들 사업에 총 1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의 UAM,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에 삼성의 AI 기술이 접목될 수 있다. 삼성이 키우고 있는 차세대 통신기술인 5Gㆍ6G와 하만의 'OTA' 기술 등은 현대차의 자율주행 성공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 사람의 만남은 국내 1, 2위 재벌 기업 총수간 회동을 넘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국내 대표 기업 간 협업의 시발점"이라며 "미국, 유럽, 일본 중심으로 발전해온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모빌리티 산업으로 변하는 가운데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이 이뤄진다면 차기 주도권은 우리나라가 가져갈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1995년 설립된 남양연구소는 현대·기아차의 신차 개발을 전담해 온 씽크탱크다. 이 곳엔 347만㎡ 부지에 종합주행시험장, 충돌시험장, 디자인센터, 재료연구동, 전자연구동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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