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란에 "수도권 과밀 완화를"
野 "헌재 판결 뒤집을 수 없어" 냉랭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완성’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를 모두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해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해야 한다”고 공식 제안하면서다.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근본적으로 풀겠다는 취지다. 여권의 숙원 사업인 국가균형발전 입법의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고 아울러 더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며 “그렇게 했을 때 서울ㆍ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처음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는데 이런 유입은 일자리와 주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지방 소멸은 대한민국 전체의 성장과 발전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성과는 분명하다”며 “이미 많은 기관이 이전했고 온라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 만큼 공공서비스가 부실해질 염려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행정수도 완성은 국토균형발전과 지역의 혁신성장을 위한 대전제이자 필수 전략”이라며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여권은 국회의 세종시 이전에 대해 오랫동안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정부 부처와 관련성이 높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세종의사당에서 진행하고, 나머지 회의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이런 세종의사당 설치 방안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본격적인 논의 없이 법안은 폐기됐다. 세종의사당 설치는 민주당의 21대 총선 공약에 담기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포함한 대대적인 이전 사업을 화두로 던진 셈이다. 지역 간 불균형이란 오랜 과제를 풀어내는 동시에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잇따르는 당정청 책임론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강력한 투기 근절책 마련을 예고했다. 그는 “주거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실거주 1주택 외 다주택은 매매, 취득, 보유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초과이익은 환수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며 “주택의 건설, 공급, 주거권 보장 등에 대해 공공성을 높여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일하는 국회를 위한 정치개혁 추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건을 위한 의원 외교 확대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각종 사회적 대타협 등도 각오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라면 자가격리를 감수하고서라도 적극적인 의원외교가 필요하다”며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열리기 전에 여야가 함께 국회 대표단을 꾸려 워싱턴과 베이징 방문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연이은 광역단체장 성범죄 의혹 및 사건에는 고개를 숙였다. 김 원내대표는 “불미스러운 사건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피해자들께 사과한다”며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에 힘쓰고 고위 공직자의 성 비위 사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의 반응은 냉랭했다. 특히 ‘행정수도 완성’이 개헌을 요구하는 사안이냐를 두고 여야의 견해가 엇갈렸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참여정부에서 추진되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상 불문헌법에 배치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세종특별자치시는 후속대책으로 2005년 3월 국회를 통과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에 근거해 조성됐다. 민주당은 행정수도 완성이 이 같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 △국회법 개정안 등을 통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은 개헌을 요구하는 사안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헌재 판결에 의해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결정됐다”며 “이제 와서 헌재 판결을 뒤집을 순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신중하게 논의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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