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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들, 당연해져야 할 것들

입력
2020.07.21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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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가수 이적은 ‘당연한 것들’에서 코로나19로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고 노래한다.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나라들에서는 이제 슬슬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지만, 연일 확진자 숫자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미국에서 그 ‘당연한 것들'은 여전히 간절히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대상이다. 심지어 2022년 여름이나 되어야 진정한 정상적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정상적 삶이 영원히 그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고 ‘뉴노멀'이 등장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정상적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도 여기저기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미래에 대한 예측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게 현명하다. 자료와 증거에 기반해 생각하도록 훈련받은 사회과학자들의 미래에 대한 예측도 그 역대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변화한 우리의 일상 중 앞으로도 당연한 것들로 남았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학교가 문을 닫고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가족들이 같이 보내는 시간도 늘었다. 원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은 미국 생활이지만, 평일에도 아이와 같이 식사 준비를 하거나 아내와 같이 긴 산책을 나가고 세 식구 같이 모여 말로만 듣던 한국 드라마를 몰아 보는 등 이전에 자주 못 하던 일들이 이제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우리는 흔히 가족 간의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그 사랑에도 같이하는 즐거운 시간의 함수인 사회적 연대의 방정식이 적용된다.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가족의 강한 유대는 즐거운 시간을 같이하면서 깊어진다. 가족과 같이 식사를 하는 빈도가 자녀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은 물론이고 학교 성적과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많이 나와 있다.

늘어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이런 혜택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즐거움뿐 아니라 가사와 돌봄노동도 같이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부모 중 한 사람만 아이와 같이 보낼 때의 행복감은 혼자 설거지나 청소를 할 때의 행복감과 비슷하지만, 부모가 함께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행복감은 친구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과 비슷하다. 혼자 하면 육아노동이지만 같이하면 즐거운 가족 시간이 될 수 있다. 가사와 돌봄노동의 공유 없이 늘어나는 가족 시간은 결국 한 사람, 보통은 엄마의 더 큰 희생을 요구하는 변화이다. 늘어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당연한 것이 되려면 가사와 돌봄노동의 공유도 당연해져야 한다.

또 한 가지 ‘뉴노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은 필수업종 노동자들, 특히 흔히 여성적 노동으로 분류되는 업종의 노동자들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평가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노동의 사회적, 경제적 가치는 젠더에 의해 구조화되고 위계화되는데, 흔히 여성적인 일로 분류되는 서비스나 돌봄노동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는 우리에게 이런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가족들의 건강까지 걸고 병원에 출근해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가 목숨을 걸고 불에 뛰어드는 소방관만큼이나 소중한 우리 사회의 영웅이라는 이 당연한 사실이 앞으로도 당연한 것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임채윤 미국 위스콘신대학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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