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철 벡위스의 사랑(7.23)
호모사피엔스만큼 개체 간 편차-인격이든, 공감력이든-가 큰 종이 있을까. 동종인가 싶도록 저열한 자도 있고, 천사인가 싶도록 선한 이도 있다. ‘천사견’이라 불리는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긴 세월 인간의 입맛에 맞는 성향만 남겨 브리딩한 ‘덕’을 본 셈이지만, 그보다 천만 배 더 지속된 인간의 양육, 교육은 그 점에선 실패했다. ‘인간성’ 혹은 '인간적’이란 말도, 집단을 위한 당위거나 사익을 위해 고무줄처럼 늘이고 줄이는 이데올로기일 때가 많다. 그래서 인류는 포기, 절망과 무모한 낙관으로 멸종하지 않기 위해 '적당한 냉소'와 염세라는 백신을 함께 만들었는지 모른다.
2011년 7월 23일 숨진 미국 시애틀의 레이철 벡위스(Rachel Beckwith)는 만 9년을 사는 동안, 저 신축력 좋은 ‘인간성’의 선한 극단에 닿은 이였다. 그는 만 5세 때, 학교에서 소아암 환자 사연과 그들을 위한 가발모 기부 이야기를 듣고온 날 어머니에게 청해 제 머리카락을 잘랐다.
저개발국 아이들이 식수가 없어 병들고 숨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만 9세 생일을 한 달가량 앞둔 2011년 6월이었다. 벡위스는 가족 친지에게 생일 선물 대신 9달러씩 돈을 달라고 청했다. 아프리카 식수 지원 NGO ‘charity: water’에 기부하기 위해서였다. 목표는 300달러였지만, 모인 돈은 220달러였다.
7월 20일, 레이철은 가족나들이 도중 교통사고로 치명상을 입었다.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부모는 23일 그의 연명장치를 떼어냈다. 그리고 레이철의 못 이룬 소원을 교회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수많은 이들이 늦은 생일선물을 전해왔다. 저금통을 깨서 2.27달러를 낸 5세 소녀도 있었고, 팝스타 저스틴 비버처럼 별도로 모금 창을 연 이도 있었다. 126만 5,823달러가 모였다. 그 돈 덕에 에티오피아 주민 3만7,770명이 식수난에서 해방됐다. 벡위스는 제 장기와 머리카락을 마지막 선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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