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감사원 지적에 백지화했다가
인구 더 줄었는데 "수요 충분" 뒤집기
시행사가 용역발주… 신뢰성 의문
경북 포항시가 7년 전 감사원의 '수요 부족' 지적으로 접었던 국제학교를 그 때보다 인구가 더 줄었는데 부지개발 시행사의 "수요가 충분하다"는 용역결과를 근거로 재추진해 논란이다. 학교 형태를 '외국인학교'에서 '외국교육기관'으로 바꿨다지만 수요가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막힌 해외유학수요를 흡수하겠다지만 군색하기 짝이 없는 해명이라는 지적이다.
포항시는 대구 K대학 산학협력단이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련리 일대 경제자유구역 안에 외국교육기관 유치 타당성용역을 실시한 결과 정원 736명 모집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K대 협력단은 그 근거로 포항시와 인근지역(경북ㆍ대구ㆍ울산) 외국인학생 수가 2023년 1,277명, 2027년 3,085명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또 입학 가능권역의 내국인 학생 수도 2023년 1,191명, 2027년 1,072명으로 예상했다.
시는 이를 근거로 국제학교 운영경험이 있는 외국 정부ㆍ지자체나 학교법인을 대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460억원으로 예상되는 건립비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포항시는 7년 전, 이와 비슷한 조사 결과로 외국인학교를 설립하려다 수요조사가 잘못된 것으로 나타나 이번 조사도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외국인학교와 외국교육기관은 교육과정과 내국인 학생 비율(30~50%)은 비슷하지만 내국인의 입학자격에서 차이가 난다. 외국인학교에 내국인이 입학하려면 3년 이상 해외체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반면 외국교육기관은 이 같은 조건이 따로 없다. 반면 외국교육기관은 경제자유구역 등 입지가 제한된다.
앞서 포항시는 포스코교육재단과 포항외국인학교 설립을 추진하다 2013년 감사원으로부터 "외국인학교 입학 예상 인원이 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에 따라 포기했다. 당시 감사원은 "포항공대 안에 들어선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조사 당시 14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하는 것으로 예측됐지만 2011년 완공 후 11명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예측 조사 때 포항외국인학교에 입학 가능한 지역의 5~19세 외국인 학령아동 수는 357명으로 집계됐지만 실제 86명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영어를 사용하는 아동은 29명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포항시는 2014년 재조사에도 "타당성 없음" 결과에 따라 외국인학교 설립을 포기하고 국비 31억원을 반환했다. 이 과정에 시는 포스코교육재단이 지출한 설계비 5억5,000여만원 등 8억5,900여만원을 낭비했다.
그 동안 포항 인구는 더 줄었다. 5월 말 현재 포항 인구는 51만838명. 감사원이 지적했던 2013년 12월 말 52만3,114명보다 1만2,276명 감소했다.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용역조사도 포항시가 아닌 포항경제자유구역 시행사인 ㈜포항융합티앤아이가 발주, 객관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포항융합티앤아이는 6월부터 경제자유구역 내 148만㎡의 용지를 분양 중이다. 포항시는 개발업자가 실시한 용역결과를 그대로 발표한 셈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7년 전에는 외국인학교였지만 이번엔 내국인 모집이 쉬운 외국교육기관을 세우기 위한 조사였다"며 "인구가 줄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해외 유학이 어려워 내국인 수요가 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포항융합티앤아이 관계자는 "포항시가 관련 용역비를 갑자기 확보하기 어려워 대신 발주했을 뿐"이라며 "지역 대학에서 3개월 넘게 조사해 철저히 분석한 결과라 믿을 수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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