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집계의 92배... 전세계 확진자수의 2배 가까워
"국민의 3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미 걸렸다."
반년 가까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발병이 급증한 나라들은 수치를 축소하기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란에서 실제 감염자 수가 공식 집계의 92배에 달한 것이란 정부 수장의 고백이 나왔다. 몇 달 후면 인구 4분의3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란 예측도 거침없이 내놨다. 통제 불가능한 코로나19 위협 앞에 국민의 협조를 구하려 상황의 심각성을 솔직하게 공개한 것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국가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난 5개월간 이란에서 2,50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1만4,000명이 사망했다는 보건부 보고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보고서에 따르면 수개월 안에 3,000만~3,500만명이 추가로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반관영 ISNA 통신에 "병원을 찾지 않은 무증상ㆍ경증 환자까지 모두 합친 추정치"라고 설명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말 대로라면 이란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전체 인구 약 8,000만명 가운데 31%에 이르고 공식 집계의 92배가 넘는 셈이다. 전 세계 확진자 수(약 1,400만명)보다도 두 배 가까이 많다. 이란 보건부는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대비 2,166명 늘어난 276만1,606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누적 사망자 수는 1만3,979명으로 대통령이 언급한 숫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4월 중순부터 영업ㆍ이동제한 등 봉쇄 조치 완화에 나섰던 이란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이날부터 일주일간 수도 테헤란에서 종교 및 문화 모임이 금지되고, 19일부터는 남서부 쿠제스탄주(州) 22개 도시가 3일간 봉쇄에 들어가는 등 각종 통제령도 복원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급증하는 국가들은 이란의 발표를 바라보며 내심 뜨끔했을 것 같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최근 보건당국 수장이 공식 집계보다 10배 많은 감염 추정치를 들어 방역 실패를 인정한 바 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14일 한 세미나에서 "코로나19 발병이 최고조에 달한 3~5월 미국 내 실질 확진자는 2,00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우리는 200만명밖에 진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