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급해도 효능·안전성 확보해야…출시돼도 장기 추적조사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백신밖에 없어 보인다. 백신 개발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이 지루한 싸움이 더 장기전으로 갈 지, 머잖아 마침표를 찍게 될 지를 가르는 핵심 변수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학의 영역에 정치·경제 관점이 가세하면서 장밋빛 전망과 신중론이 뒤엉켜 연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 테라퓨틱스는 오는 27일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의 최종 단계인 3상에 들어간다. 중국 기업 시노백 바이오테크는 20일 임상 3상을 시작한다고 예고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유럽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함께 개발 중인 백신은 앞서 3상에 돌입했다. 미국과 중국, 유럽이 ‘코로나19 백신 첫 개발’ 타이틀을 놓고 자존심 건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이들은 백신 상용화가 머잖아 가능함을 장담하면서 생산이나 출시 시점까지 예단하고 있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올 여름이 끝날 무렵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시작하겠다”며 “이미 일부 장비와 원재료가 준비되고 있고, 상용화 가능한 백신 후보군도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노백은 벌써 한 해에 백신 1억개를 만들 수 있는 제조시설 구축에 들어갔다. 임상 성공을 자신하는 것이다.
대개 백신 개발에는 5~10년이 걸린다. 수백~수천명의 참여자를 모아 후보 물질을 접종하고 실제 효과가 나타나는지, 얼마나 지속되는지, 늦게라도 부작용이 생기진 않는지 등을 추적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이 기간이 파격적으로 단축되고 있다. 각국이 위급하거나 수요 많은 약을 신속하게 허가하는 예외 제도와 예산을 총동원해 1, 2년 내에 백신을 내놓겠다며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백신의 기본인 효능과 안전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가령 백신의 예방 효과가 지속되려면 접종 후 생성되는 중화항체가 체내에 오래 남아야 한다. 한두 번 접종으로 중화항체가 계속 남아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콩팥을 통해 빠져 나가기도 한다. 학계에선 최근 코로나19 중화항체 수명이 6개월 정도에 불과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빠르게 개발되는 백신인 만큼 효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면역증강제를 적극 활용하는 등 기존과 다른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특히 장기적 측면의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못한 채 백신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남재환 가톨릭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접종에 따른 위험도가 출시로 얻는 이득보다 작아야 한다”며 “신속허가 이후에도 접종한 사람들에 대한 장기 추적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각국에서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는 총 23개다. 국내에선 국산과 외산 백신이 하나씩 초기 임상에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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