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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은닉설' 진실이냐, 소설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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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은닉설' 진실이냐, 소설이냐

입력
2020.07.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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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여성 충북경찰청 고발장 접수로 은닉설 재점화
경찰 "새로운 증거없어 직지 존재 여부 확인 어려울 듯"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 금속활자본 직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 금속활자본 직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누군가 감추고 있다는 고발장이 또 다시 경찰에 접수됐다. 직지 은닉설이 제기된 지 20년이 넘은데다 관련 수사가 이미 진행됐던 터라 이 주장의 진위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17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50대 여성인 A씨가 "지인 B씨가 직지를 감추고 있으니 조사해달라"는 고발장을 지난달 충북경찰청에 접수했다.

A씨는 지난해 B씨와의 통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A씨는 "B씨가 자신이 직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일본에 팔려고도 했고, 밀항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얘기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직지 관련 고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충남 공주경찰서에 이번과 같은 취지로 수사를 의뢰했다. 이어 충남경찰청에도 고발장을 냈다. 공주경찰서는 혐의점을 찾지 못해 내사종결했고, 충남경찰청은 1년 가까이 수사를 하고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지 은닉설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직지가 간행된 충북 청주지역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이 "국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직지를 찾겠다"고 범 시민운동을 벌이던 때다.

당시 청주에 살던 최모씨가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던 직지를 지인 C씨가 빌려간 뒤 돌려주지 않았다"며 횡령 혐의로 C씨를 고소했다.

1996년 소송 중에 최씨가 빌려줬다는 고서가 직지라는 지인의 진술도 나왔지만, 이 고서의 행방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최씨는 이후 C씨 주변을 탐문하는 등 서적을 추적하다가 수년 전 지병으로 숨졌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지난해 2월 공주경찰서에 직지 관련 신고가 들어왔다. C씨의 친구인 B씨가 C씨로부터 직지를 훔쳐 보관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신고자는 바로 50대 여인 A씨였다.

충북경찰청은 최근 A씨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고발 내용이 다른 경찰관서에서 진행했던 것과 대동소이한데다 새롭게 제시된 증거도 없어 수사는 답보에 빠진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직지 소재를 둘러싼 과거 재판에서도 관계인들 사이에 주고받은 서적을 직지로 단정짓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항간에는 고서적 전문가를 자처하는 B씨가 과시욕으로 포장한 얘기라는 설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하겠지만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직지 국내 존재설'을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학계에서는 "직지가 금속활자로 다량 발간된 책자라는 점에서 어딘가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경찰 수사에 한 가닥 기대를 내비쳤다.

1377년(고려 우왕 3년)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는 상ㆍ하권 2권으로 구성된 불교 서적이다. 현존하는 직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하권 단 1권이 유일하다. 지금까지 국내외 어디서도 다른 원본이 발견된 적이 없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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