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앞세우기 보다는 목표 확실히 정하고
기부처 목록 정리한 뒤 계좌 실체 확인해야
선의와 열정이 가득 담긴 이타적 행위는 항상 세상에 득이 됐을까. 아이들의 놀이를 펌프의 노동력으로 바꿔 아프리카에 식수를 보급하려 했던 ‘플레이펌프스 인터내널’은 그에 대한 답이 ‘아니오’라는 것을 보여준다. '뺑뺑이(둥근 판을 돌리며 노는 기구)'를 돌리던 아이들이 기구에서 떨어져 다치기 일쑤였고 고장이 나면 수리가 어렵다는 약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진짜 도움이 되고 싶다면 열정만 앞세우지 말고 냉정하게, 조목조목 따져봐야 한다.
비영리단체 ‘기빙왓위캔(GIVING WHAT WE CAN)’ 공동설립자이자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 교수 윌리엄 맥어스킬은 저서 ‘냉정한 이타주의자’에서 남을 도울 때 쉽게 빠지는 함정을 피하기 위해 먼저 몇 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해볼 것을 권유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 맥어스킬 교수는 이 질문을 통해 다양한 선행 방식을 고려해보고 각 방식이 다른 사람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저 열정에 치우쳐 기부를 결정하기보다, 상대방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일에는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고 있지만 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한다. 자신이 개입하지 않아도 어차피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는 일에 노력을 쏟는 대신,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는 '방치된' 비영리단체를 찾아보라는 조언이다.
이런 질문에 답변할 준비가 됐다면, 이제 기부처를 정하는 일만 남는다. 먼저 기부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확실히 정하는 게 좋다. 난치병에 걸린 어린이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고 싶은지, 빈곤층을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기여할 것인지, 성범죄 피해자의 심리 치유 등 피해회복을 돕고 싶은지, 평소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를 선정한다. 국내 비영리공익법인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한국가이드스타’를 참고하면, 분야별 공익법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분야를 선정한 뒤에는 그 분야의 기부처 목록을 만드는데, 만약 같은 목적의 공익재단이 여럿 있다면 기부금 계좌의 실체를 꼼꼼히 살피는 게 바람직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통상 믿을 수 있는 기부처는 계좌가 홈페이지에 공개돼있고 예금주명으로 기관명이 뜬다”며 “예를 들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단체 명의의 계좌만을 운영하고 있어 개인계좌로 기부금을 받는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후원금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회계관리 여부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홈페이지가 있는 비영리단체는 외부 회계기관을 통해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정기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외부기관을 통해 자체 감사도 하고 있다. 한해 동안의 후원금 사용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시민감시위원회도 운영해 회계관리를 한다.
세액공제는 기부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쏠쏠한 혜택이다. 법정기부금의 경우 개인은 소득금액 100% 한도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지정기부금은 종교단체가 아니면 소득금액의 30%, 종교단체는 10%를 한도를 받을 수 있다. 박재형 회계사는 “기부를 잘하면 사회를 따뜻하게 하고, 기부자 개인에게 뿌듯함을 주는데다, 세제상으로도 혜택을 볼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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