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집처럼 허리춤에 휴대폰을 차고 다니던 시대가 그리 오래지 않다. 90년대만 해도 '벽돌폰'이란 말이 있을 만큼 휴대폰 크기가 커서 주머니나 얄팍한 서류가방에 넣기가 곤란했던 탓이 컸다. 2020년 휴대폰은 상전벽해다. 작아지다 못해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까지 등장했다. 더구나 스마트폰 하나면 문서 작업에서 대금 결제까지 못할 일이 없으니 지갑, 노트북PC 등 다른 물건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됐다.
가방이 필요 없는 시대, 패션업계가 오직 스마트폰을 위한 초소형 가방(미니백)을 내놓는 역발상을 감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실용적인 패션 아이템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위생 아이템으로 미니백에 호응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유명 명품 브랜드까지 뛰어들어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명품 브랜드부터 국내 토종 브랜드, 화장품 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계에서 미니백이 출시되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무늬나 로고를 새긴 미니백을 선보이고 있다. 엠포리아 아르마니가 올 3월 봄여름(S/S) 시즌 상품으로 출시한 악어 패턴 가죽 가방과 브랜드를 상징하는 독수리 모양의 로고 패턴 미니백은 출시 두 달 만에 완판된 바 있다. 아르마니는 올해 가을겨울(F/W) 시즌 미니백도 출시할 예정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와 이탈리아 마르니가 선보인 미니백 역시 출시 한 달 만에 판매율 90%를 달성했으며, 프로엔자 스쿨러, 필립플레인 등의 브랜드도 자사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 미니백을 판매 중이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 브랜드 텐먼스가 미니백만으로 구성된 컬렉션으로 특히 주목받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가방 줄에 따라 어깨에 메거나 사선으로 걸치거나 벨트처럼 연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튜디오 톰보이 등은 가죽 등 다양한 소재와 다채로운 색상을 적용해 호응을 얻고 있다. 향수로 유명한 브랜드 바이레도는 '여행'을 주제로 화사한 색상에 덮개형, 지퍼형 등 여러 형태의 미니백을 내놨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시대와 생활방식의 변화에 따라 가방의 디자인은 계속 변한다"며 "다른 소지품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 챙겨도 충분하게 된 생활상 변화에 더해 코로나19로 위생 개념이 중요해지면서 짐을 최소화하고 두 손이 자유로울 수 있는 초소형 미니백의 판매량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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