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실탄 지원' 저신용 회사채 매입기구 24일부터 가동

한은 금통위, 1차 자금 투입 의결
'추락천사' 투기등급 기업 채권도 매입 예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총 10조원 규모의 저신용 회사채ㆍ기업어음(CP)을 매입할 특수목적기구(SPVㆍ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오는 24일부터 가동된다.

이 기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금 조달에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설치한 기구다. SPV는 24일부터 비우량 회사채와 CP를 순차적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7일 임시 금통위 회의를 열고 새로 설립된 SPV에 총 8조원을 대출하기로 의결했다. 한은은 첫 대출금액 1조7,800억원을 우선 대출하고 나머지는 SPV의 요청에 대응하는 방식(캐피털 콜)으로 단계적으로 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 외에도 산업은행이 2,200억원을 대출하고 출자금 1조원을 투입해, SPV는 우선 3조원 규모로 가동된다.

정부와 한은은 SPV가 24일부터 산은이 시장 안정 차원에서 선매입해 온 비우량채를 포함한 회사채와 CP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PV는 신용등급 투자등급인 비금융회사 발행 회사채와 CP를 매입 대상으로 한다.

정부와 한은이 합의한 SPV의 잠정적인 포트폴리오 비중은 AA등급 30% 이상, A등급 55% 내외, BBB 이하 등급 15% 이하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투자등급이었다가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기업(일명 ‘추락천사’ 기업)의 채권도 매입 대상에 포함된다.

단,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에 지원한다는 설립 취지를 감안, '이자보상배율 100% 이하 상태를 2년 이상 유지한 기업'은 대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코로나 이전부터 경쟁력이 낮았던 '좀비기업'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 특정 기업에 지원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동일 기업 및 기업군에 대한 매입 한도는 전체 지원액의 2%와 3% 이내로 제한한다.

한은 관계자는 “SPV의 채권 매입 가격은 시장의 투자 수요를 감소시키지 않고 기업의 시장 조달 노력을 유도하도록 시장금리보다 낮지 않은 적정 금리 수준에서 설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도 기준금리에 일정한 가산금리를 붙이는 조건으로 SPV에 자금을 공급한다. 한은의 SPV에 대한 대출금리는 대출 취급일 직전 5영업일간 1년 만기 통안증권 금리의 평균 수준으로 결정된다.

정부와 한은은 “SPV가 본격 가동될 경우, 최근 회사채시장 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수요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저신용기업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