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ㆍ폼페이오, 연일 모호한 발언
한반도 전문가들도 근거 부족한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 차원에서 다자 협상틀과 추가 양보를 검토 중이라고 미국의 대북 전문가가 백악관 측을 인용해 주장했다. 그러면서 10월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모호한 발언이 이어지는 와중에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추가된 것이다. 미국이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 깜짝쇼)'를 고심 중인 것으로 읽힌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16일(현지시간) 정치 전문잡지 '아메리칸 컨서버티브' 기고에서 "트럼프 정부가 11월 대선 전 북한과의 3차 정상회담을 위해 '새로운'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소는 평양에서 기차나 비행기로 갈 만한 아시아 국가의 수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이 복수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확인받은 것임을 강조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정부의 새 제안으로 3가지를 언급했다. 기존 6자회담에 근거한 다자 협상틀, 북한의 핵시설 해체ㆍ모라토리엄 선언시 대북제재 완화 패키지 제공, 종전선언 추진 등이다. 껄끄러운 중국을 비핵화 논의에 포함시키고 특히 비핵화 전 대북제재 완화 불가에서 물러서면서라도 3차 북미 회담을 열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의 상징 절차로서의 의미가 크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계획을 완전히 지지했는지 불분명하지만 북한의 협상 복귀를 통해 추가 정상회담을 촉발할 수 있다면 시도해볼 의향이 있었다고 한다"면서 "다만 백악관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수 있음을 걱정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가 사실상의 양보안을 준비하면서도 북한의 수용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카지아니스 국장의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한다. 새 제안을 구체적으로 거론해놓고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평가함으로써 근거 부실을 자인했다는 점에서다. 앞서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거론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등 다른 전문가들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차 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하고 폼페이오 장관의 입장은 매번 바뀌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혼란을 가중시키는 측면도 없지 않은 셈이다.
물론 이런 양상이 그 자체로 유효한 대북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의식해서라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를 복원할 의사가 분명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까지 내세워 연내 3차 회담은 없다고 못박았지만 '옥토버 서프라이즈'에 대한 전망이 여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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