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치매 사형수 형 집행 허용
15일 미국 인디애나주 테러호트에서 시민들이 사형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테러호트=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7년만에 연방정부의 사형 집행을 재개한 가운데 연방 대법원이 추가 집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사형 집행을 강행했다는 비판과 함께 미국 내 사형제 폐지 논란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연방 대법원은 이날 오전 하급심이 불허했던 연방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을 허용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후 법무부는 캔자스주(州) 사형수 웨슬리 퍼키(68)에게 독극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퍼키는 16세, 80세의 여성 두 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
앞서 퍼키의 변호사들은 그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집행 연기를 법원에 요청했다. 현 상태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잔혹하고 비정상적 형벌 부과를 금지한 수정헌법 제8조에 대한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타냐 처칸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해당 요청을 받아들여 사형 집행 금지를 명령했고, 새로운 약물 주입 사형 방식에 대한 검토 필요성 등을 이유로 추가 사형 집행도 금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퍼키의 사형 집행을 허용하고 추가 사형 집행을 유보한 하급심 명령도 해제했다. 전체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 5명은 집행에 찬성했으며 진보 성향 4명은 반대했다고 AP는 설명했다. 앞서 14일 17년 만의 연방 사형 집행 재개로 숨진 대니얼 루이스 리의 사안에서도 대법원은 5대 4로 집행을 허용한 바 있다.
2003년 이후 사실상 사문화한 연방 사형 집행이 재개되고 추가 집행까지 이어지자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도 격화하고 있다. 통신은 "비판론자들은 높은 실업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고려할 때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데도 정부가 사형 집행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선거가 열리는 해의 위험한 정치적 움직임이라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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