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택시의 원조가 브라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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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택시의 원조가 브라질이라고?

입력
2020.07.22 09:00
수정
2020.08.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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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부유층은 하늘, 빈민층은 바닥… 극과극 브라질
"새 문명 누리는 사람 한정 돼, 이제 내려다보는 시대"

지구를 여행한다는 것의 묘미랄까.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곳으로,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간다는 것,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나를 밀어 넣는 것은 조금은 위험하지만 동시에 흥미로움의 끝판이기도 하다. 남미의 대표국가 브라질은 딱 그런 나라였다.

상파울로는 위험천만한 도시라는 것이 첫 인상이었다. 카자흐스탄에서 만났던 지인의 친구를 소개받았는데, 상파울로에서 십여 년을 살아오신 그는 이곳의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때문에 절대 혼자서 움직이지 말라며 손수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다.

덕분에 편하게 도심까지 이동할 수 있었지만 생면부지의 여행객에게 마음을 써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더욱 몸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채워갔다.

삼바의 나라. 축구의 나라. 거대한 예수상. 내가 떠올리는 브라질의 전부였다. 아, 하나 더 추가. 위험한 나라!

상파울로의 민낯… 사각지대서 마약에 빠진 빈민층

상파울루를 비롯해 브라질 대도시 하늘을 날아다니는 헬기택시. 인터넷 캡처

해가 뜨자 짐을 챙겨 숙소 밖으로 나왔다. 밤새 부슬비가 내렸던 탓인지 젖어 있던 아스팔트 위로 밤에 보이지 않았던 모습들이 하나둘 씩 보이기 시작했다.

홈리스. 집이 없는 사람들.

나무가 우거진 인도 가에 텐트를 치고 몸 뉘일 곳을 만든 이들도 있었지만, 텐트조차 없어 길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워 길에서 주운 우산 하나를 지붕 삼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도시정책에서 소외되어 있거나, 때에 따라서는 스스로 도시의 룰 조차 거부한 사람들이다.

도시가 발달하며 사람들이 몰려들고, 치솟은 임대료와 소득 구조에서 멀어진 사람들에게 어느샌가 마약이 가까이 다가와 있다. 알코올에 취하고, 마약에 빠지고. 상파울로에만 수 만여 명의 홈리스가 도시의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구걸로 생을 연명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때 마침 최근 브라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기사가 났다. 상파울로의 외곽 판자촌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사회에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당하고, 또 마지막 까지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은 그 사회의 빈곤계층이다. 브라질 곳곳에서 눈에 띄는 빈곤층의 모습은 매우 애처롭다. 정치 구조의 모순에서도 이들은 대변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사회와 괴리되어 사는 사람들.


헬기타고 등교하는 부유층 자녀들, 그들만의 리그 된 하늘

브라질 상파울루 도심 곳곳에서는 노숙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동학 작가

뚜두두두 ---

브라질의 요모조모를 인터뷰하기 위해 상파울로의 10년차 직장인인 에릭손을 만나러 가는 길. 따가운 햇살과 미지근한 공기사이로 빨간 헬기가 굉음을 내며 지나갔다. 저 옆에도 지나간다. 잠시 길을 가는 와중에도 서너대의 헬기가 하늘을 가로지른다.

브라질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헬기택시다. 에릭손은 재미 삼아 헬기택시를 두 번 정도 타봤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주 이용객은 기업가나 부자들이다. 1,200만 명이 사는 상파울로에 등록된 차량 수는 590만대로 2인 당 1대꼴이다. 헬기택시를 이용하면 살인적 교통 체증을 피할 수 있고, 총기 강도를 만날 위험이나 변수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브라질 전역에 1,000대가 넘는 헬기택시가 있고, 상파울로에만 500대가 넘는단다.

헬기택시들을 타고 내리는 곳은 주로 건물의 옥상이다. 옥상은 헬기택시 승강장으로 꾸며져 있고, 차로가면 체증 때문에 한 시간이 걸릴 거리도 3~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이러한 창륙장은 시내를 중심으로 200군데가 넘게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하루 운행 횟수만 1,300회가 넘으면서 노선이 엉키지 않도록 항공차선 정비가 제도적으로도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브라질 헬기택시 택시 승강장은 옥상. 인터넷 캡처

에릭손은 브라질에서 부자 부모를 둔 어느 초등학생이 헬기를 타고 학교 옥상으로 등교하는 모습도 특별한 모습이 아니라고 말했다. 요금도 거리와 헬기 기종에 따라 1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특정 시간이 주어지는 월 정액제도 있단다. 이런 얘기를 듣고는 부자들이 더 높은 곳으로, 안전한 곳으로, 또는 자신들만의 성으로 자꾸 도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헬기 이어 드론택시도 나오는데… 대형사고 가능성 줄여야

브라질에서의 이런 현실을 보고 들은 것은 여행을 한참 하던 2018년 8월의 어느 날이었는데, 이 내용이 연결되는 이야기를 듣게 된 곳은 약 한달 뒤 9월의 어느 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였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우버 본사에 방문했을 때 우버가 그리는 미래를 조금이나마 엿들을 수 있었다. 우버는 차량과 승객을 연결하는 플랫폼 회사로써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으면서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우버는 모빌리티 혁명을 꿈꾸며 지상을 뛰어넘어 하늘로 올라가고자 했다. 현재 브라질 상파울로와 뉴욕 등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헬리콥터 택시를 넘어 드론 택시를 개발해 도시의 교통 패러다임과 이동 지도를 바꾸고자 하는 야심찬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도심 속의 건물 옥상은 모두 드론 승강장으로 바꾸고, 시민들은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로 이동한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상징 예수상. 이동학 작가

규모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가격 역시 현재의 지상운송 수단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2016년 상파울로에서 첫 선을 보인 우버 헬기택시는 6㎞구간에 우리 돈 2만2,000원의 요금이 책정되어 운행되고 있다.

드론택시는 시기상조라고 생각됐지만, 2023년쯤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모바일을 통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클릭하면 드론을 포함하여 지상운송 수단까지 예약 및 배차 안내를 해주는 종합모빌리티 디자인의 큰 그림이 우리의 삶 속에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2013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일어난 헬기택시 추락사고 모습. 인터넷 캡처

현재 미국 내 댈라스와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고, 호주 정부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고 멜버른이 시범 지역으로 선정됐다. 다른 나라에 비해 규제 장벽이 낮은 싱가포르나 두바이에서도 도입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련 업계의 예상이다. 여기에 한국도 도심항공 교통을 2025년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 실험을 거쳐 국내 여건에 맞는 항공 환경을 완비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항공택시의 약점도 있다. 사고의 위험인데, 항공사고는 지상의 차량 사고와는 또 다를 것이다. 생존율이 현저하게 낮아지기 때문에 평상시 안전수칙, 드론정비, 기상악화 등에 대비해야 하며 도심 속의 차량 위나 사람들이 밀집한 곳에 추락하면 사고 피해는 몇 배로 커질 위험이 상존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대, 빈민층 잊혀질라

브라질 쪽 이과수 모습. 이동학 작가


브라질에선 몇 년 전 결혼식을 앞둔 신부가 신랑을 놀래 켜주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결혼식장에 등장하려다 추락사 한 사건은 국제뉴스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이제 나에겐 브라질의 이미지는 헬기도시까지 더해지게 됐다. 특히 빈털터리 여행자가 아니라면 이과수 폭포의 헬리콥터 투어나 리우데자네이루의 헬리콥터 투어 등 대표 관광 상품을 이용해볼 수도 있다. 늘 아래에서만 보던 풍경을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면 어떤 풍경일까.

새로운 기술이 선보여지고, 개선·발전되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그러한 세상을 우리 모두가 살아가지만 새 문명을 누리는 사람은 어쩐지 정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더 빨라지면 더 행복해지는 것일까. 더 발전하면 더 행복해지는 것일까. 브라질 남자 아이들의 흔한 장래희망인 축구선수가 꿈인 14세의 페드로는 오늘도 머리 위를 지나는 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겠지.

한 노숙인이 브라질 상파울루 도심에 버려진 쓰레기 봉투를 뒤지고 있다. 이동학 작가


그리고 이제 곧 아무렇지 않게 내려다보는 세상이 열리겠지. 그 때 페드로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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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학의 도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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