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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이 알려주는 의료상식] 암을 경험해보셨나요?...다시 살아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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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이 알려주는 의료상식] 암을 경험해보셨나요?...다시 살아 보아요

입력
2020.07.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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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경험, 절망이 아니라 재활의 시간"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

암을 선고받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단어는 죽음입니다.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고, 치료를 받게 됩니다. 가장 좋은 치료가 무엇인지 찾고,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를 정신없이 받느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입니다.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또는 계속 치료를 받는 중에도 늘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남은 생을 살아야 합니다. 직장에서 휴가와 병가를 내며 암 치료를 받았지만,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시 직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 다시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건강한 사람조차 힘든 경쟁사회를 약해진 몸으로 다시 살아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분들을 ‘암 경험자’라고 부릅니다. 암을 경험한 사람이라는 거죠. 이해인 시인은 암 투병 중 발행한 시집 <희망은 깨어있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고통의 학교>에서 나는 새롭게 수련을 받고 나온 학생입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경험을 하고 새롭게 수련을 받고 나온 학생으로,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재활”, “다시 삶”이라는 언어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의학에서 재활은, 환자의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치료로 정의됩니다. ‘암 재활’ 이란 이런 사람들이 다시 살아가는 여정에서 건강한 몸이란 무엇인지 새롭게 인식하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며, 어쩌면 그런 지혜들로 주위 가족과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태도입니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볼까요.

암경험자란?

암경험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별해 볼 수 있습니다. 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와 현재 치료 중인 시기, 치료를 마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시기, 치료가 끝난 뒤 안정기에 접어든 시기, 그리고 치료 후 재발돼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는 시기 등으로 나뉠 수 있는데, 각 시기별로 겪게 되는 경험은 조금씩 다릅니다. 또한 의학적으로는 유사한 상황일지라도 환자 개인의 성향과 처한 환경 등에 따라 각자가 느끼는 삶의 질에는 차이가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말하자면, 대다수의 암경험자들은 암을 치료하는 기간 동안 무료함과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우울증의 단계가 깊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건강했다면 지나칠 수 있을 만한 정도의 신체 변화에도 더욱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암경험자를 마치 한 가지 질병을 앓는 환자로 여겨 일반화하기보다는, 환자 개개인의 상태와 환자 스스로가 민감하게 지각하는 신체의 변화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암재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암재활이란, 암경험자의 시기별 기능 회복을 통해 환자의 사회 복귀를 돕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치료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암 자체로 인한 요인과 수술, 항암, 방사선요법 등 암 치료와 관련된 요인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여러 기능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수술, 항암 및 방사선 치료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림프부종의 관리 및 치료, 만성통증, 근력강화를 위한 운동 교육 등을 모두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유방암 환자의 어깨 통증이 수술과 방사선 치료 후 잘못된 자세에서 과도한 활동으로 인한 회전근개 손상인지, 호르몬 치료로 인한 관절통인지 등을 정확히 구별해 원인에 맞는 전문적인 치료 또는 운동 교육을 시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환자의 상태와 회복 정도에 따라 재활 목표를 수정해나가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재활 전략 수립’이라고 합니다. 적절한 재활 전략을 수립한 후에는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이 함께 이루어지게 됩니다.

암 재활치료는 언제 시작하는 게 좋은가요?

암 재활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악화되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치료해 더 심한 기능장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재활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성적인 기능장애가 예상되는 고위험군을 선별해 초기부터 환자 스스로 변화를 예상하고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정보를 인지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암 종류별로 재활방법이 다를 텐데요?

암 종류별로 기능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재활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암경험자들은 근력과 전반적인 신체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암 환자의 피로완화와 활력증진을 위한 신체 기능평가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게 됩니다. 환자 개개인의 최대 근력을 측정해 적당한 운동 강도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환자가 평소에도 안전하게 근력운동을 할 수 있도록 재활치료 전략을 수립하게 됩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유방암의 경우가 가장 다각적인 방법에서 재활치료가 필요한 암이기도 한데요. 유방암 환자는 수술방법에 따라 림프절절제술을 시행하게 되기 때문에 조기에 림프부종을 관리할 수 있도록 림프부종 예방관리 교육부터 실시하는 편입니다. 동시에 수술한 쪽 팔을 수술 전처럼 잘 움직이며 사용할 수 있도록 근력강화운동 방법을 알려주는 등의 맞춤 운동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암경험자의 사회 복귀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나요?

최근 국내 직업환경의학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암 생존자의 직업복귀에 대한 인식 및 현황에 대한 분석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분석 결과 국내 암 유병자가 약 173만명에 달하고 있지만 이들의 직장 복귀율은 단 30%에 불과했으며, 암경험자의 원활한 직업복귀를 위한 사업장 환경 및 연계과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암경험자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서는 의학적으로는 물론, 심리적ㆍ사회적ㆍ.제도적으로 동시에 적절한 지원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암을 경험하고, 다시 가정과 직장에서 새롭게 삶을 살아가는 분들을 보며 많이 배웁니다. 가끔 더 행복하다는 표현을 하며 오히려 의료진을 챙겨주고 가시는 분들도 봅니다. 그들에게 암을 경험한 시간은 잘못이거나, 절망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더 잘 살 수 있습니다. 암 재활 분야가 그 여정에서 지혜로운 친구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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