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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열어달라"… 말 많은 검찰 수사심의위 뭐기에

입력
2020.07.17 14:24
수정
2020.07.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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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과거사 논란되자 중립성 확보 위해 2018년 설치
부의심의위 과반수 통과해야 수사심의위서 논의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현직 검사도 검찰을 못 믿는 시대가 온 걸까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를 통해 외부인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검언유착'을 둘러싸고 전직 채널A 기자는 물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지낸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마저 심의위를 열어달라고 요청하면서 수사를 해야 할 검찰로서는 적잖은 지장을 받게 됐죠.

불과 얼마 전까지 언급조차 잘 되지 않던 심의위였는데요. 하지만 요즘엔 사건 당사자들이 심의위를 신청했다는 내용을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검언유착과 관련해 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사례만 해도 5건에 달한다고 하죠. 검찰의 발목을 잡는 심의위는 무엇이고 대체 언제, 어떻게, 왜 만들어지게 된 걸까요? 분명 이렇게 매번 발목을 잡히기 위해 만든 건 아니었을 텐데요.

문무일 전 총장 시절 설치… 공정성ㆍ중립성 확보 목적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2018년 1월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 신년다짐회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2018년 1월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 신년다짐회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검에 설치된 심의위는 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수사 지속 여부 등을 심의·의결하는 조직이에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결과의 적법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설치됐는데요. 150~250명 이하 규모로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외부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요. 물론 이 많은 인원이 특정 사건을 함께 심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심의위가 15명 규모의 현안위원회(현안위)를 구성하면 현안위에서 안건을 심의하는 방식이에요.

사건 관계인 누구든지 원한다고 해서 다 심의위를 거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라 심의위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검찰청 검찰시민위원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부의심의위)를 열어야 해요. 접수된 사건을 심의위 안건으로 올릴지 여부를 따져보는 절차인데요. 부의심의위에서 과반수 찬성을 받아야만 심의위로 갈 수 있습니다.

심의위의 역사는 길지 않아요.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임자인 문무일 전 총장이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로 만들었는데요. 2018년 1월에 발족했으니, 2년 반 정도 됐네요. 심의위가 생기게 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검찰의 권한 남용 등을 조사했던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수사당국의 가혹한 고문에 의해 조작된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 등을 문제 삼은 것이 시작이었어요. 비록 과거지만 검찰이 잘못한 부분이 불거지자 대검 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심의위 도입을 권고한 거예요.

문 전 총장은 개혁위의 권고를 적극 받아들여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심의위를 도입하는 등 순차적으로 자체 개혁 작업에 나섰습니다.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을 통제받겠다는 의미이자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겠죠. 문 전 총장은 2017년 12월 "심의위가 검찰의 중립성과 수사권 남용에 대한 (검찰) 안팎의 우려를 해소하는 전환점이 되도록 검찰 구성원 모두가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어요.

심의위, 안태근 전 검찰국장 구속기소 의결하기도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2018년 2월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2018년 2월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심의위가 올해만 유독 주목을 받는 건 아니에요. 이전에도 중요 사건의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하면서 검찰 수사와 기소에 더러 영향을 미치기도 했어요. 심의위는 2018년 4월 불법 파업 혐의를 받은 기아차 노조 간부들의 기소 여부를 둘러싸고 심의를 진행했습니다. 심의위를 거쳐 간 첫 사건이었죠. 당시 기아차 노조간부들은 2015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 불법파업을 한 혐의를 받았어요. 노사 협상이 결렬되자 민주노총 총파업에 맞춰 부분파업에 들어간 건데요. 사측은 "불법파업으로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다"며 노조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어요.

최근에는 수사 대상자들이 직접 심의위 소집을 요청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문 전 총장이 직접 이 사건을 심의위에 회부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심의위는 기소유예하라는 심의 결과를 내놓기도 했죠.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말라는 것이 심의위의 의견이었습니다.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보복했다는 혐의를 받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 사건은 2호 심의 대상이었습니다. 이 사건도 마찬가지로 문 전 총장이 직권으로 심의위에 넘긴 것이었는데요. 심의위는 안 전 국장을 구속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검찰은 심의위 의견을 존중해 안 전 국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이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최근 들어서 심의위는 검찰에 '양날의 검'이 되는 모양새입니다. 그 동안 검찰은 줄곧 심의위의 권고를 따라왔어요. 심의위 운영지침에도 주임검사는 현안위의 심의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요. 검찰이 스스로 도입한 제도인데, 이를 부인하면 검찰을 향한 신뢰가 훼손될 우려가 있겠죠. 그렇다고 해서 여론전으로 치닫는 상황을 두고만 볼 수는 없을 거고요. 그 어느 때보다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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