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김희애ㆍ한소희 이후 평준화된 TV 드라마 시장에서 홀로 빛나는 존재가 있다.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배우 서예지(30)다. 시청률은 4~5%대에 그치고 있지만, 화제성은 그보다 훨씬 더 크다. 원래 이 드라마는 한류스타 김수현의 제대 뒤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김수현보다도 더 서예지에게 관심이 쏠린다. 서예지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독특한 매력, 그리고 극 중 서예지가 선보이는 화려한 외모ㆍ패션이 화제다.
서예지의 인기는 각종 수치와 기록에도 드러난다. 16일 TV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내놓은 '드라마 부문 화제성 순위'에서 이 드라마는 4주째 1위를 차지했다. 두 주연배우 김수현과 서예지가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서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경쟁하고 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넷플릭스에서도 국내는 물론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도 연일 인기 순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서예지는 유명 동화작가 고문영 역을 맡았다. 고문영은 통통 튀는 캐릭터가 차고 넘치는 드라마 세상에서도 아주 독특한 인물이다. 안하무인의 무례한 태도에다 마음에 드는 남성을 보면 노골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는 괴짜. 타인의 시선이나 감정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건 훔쳐서라도 손에 넣으려 하는 밉상. 사랑스럽다는 표현과는 거리가 먼, 반사회적 인격을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그런데 안방 극장 시청자들을 묘하게 사로잡고 있다.
고문영의 대사만 들어봐도 심상치 않다. “예쁘네, 탐나.” “모자 쓰지 마. 예쁜 얼굴 안 보여.” “다음에 또 튕기면 그땐 납치할 요거야.” 한때 인기를 끌던 로맨틱코미디물의 ‘나쁜 남자’ 주인공이 내뱉을 법한 대사를 거침없이 읊는다. 상대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남자 캔디 강태. 계속되는 문영의 공격적인 구애에 결국 강태도 마음을 연다.
고문영의 대사는 위험한 수위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강태가 자신의 꿈에 나왔다며 “난 확실히 욕구불만 맞아. 나랑 한번 잘래?”라며 도발한다. 탈의실에서 상의를 벗은 강태의 몸을 쓰다듬는 성추행도 한다. 극중 성희롱ㆍ성추행 묘사가 잇따르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이 드라마와 관련한 민원이 250여건이나 접수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소 극단적으로 묘사되는 행동이 아픈 과거를 간직한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라는 시각도 있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고문영의 거칠고 강한 표현은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평균 이하였던 것이 평균을 향해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상처받은 사람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크게 공감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독특한 캐릭터 못지않게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서예지의 화려한 패션도 이런 측면을 반영한다. 서예지의 패션은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듯 화려하고 강렬하다. 너무 강렬해 독특하기까지 한 의상, 헤어스타일, 액세서리도 거리낌 없이 선보인다. 보는 재미 못지않게, 캐릭터를 암시하기도 한다. 영화 ‘괴물’ ‘박쥐’ ‘암살’ ‘아가씨’ 등에서 의상을 맡았던 베테랑 디자이너 조상경 의상감독은 “고문영이 쓰는 동화 콘셉트와 어울리는 고딕 스타일을 기본으로 설정했다”며 “매번 눈에 띌 정도로 치장한 모습은 자기방어적 도구이고, 그의 의상은 한없이 유약한 속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서예지 돌풍 때문일까. 벌써 방송가에서는 서예지의 '미래'를 점치기 시작했다. 서예지는 2013년 tvN시트콤 ‘감자별 2013QR3’으로 데뷔, OCN 드라마 ‘구해줘’와 영화 ‘암전’ 등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콤플렉스였던 저음의 목소리 톤과 어울리는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건너가 유학한 이색 경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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