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를 장악했던 오승환(38ㆍ삼성)의 모습이 아니다. '끝판왕'이 7년 만에 돌아온 KBO리그에서의 성적은 13경기에서 1승 1패 5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은 무려 5.68이다.
높은 피안타율(0.292)도, 출루허용(이닝당 1.74)도 오승환에겐 낯선 숫자들이다. 오승환은 일본 진출 직전인 2013년 피안타율 0.180, 출루허용 0.83의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9이닝당 삼진은 2013년 9.41에서 올해 6.39로 떨어졌다.
오승환은 15일 대구 KIA전 2-1로 앞선 8회초 2사 만루에서 등판했지만 1.1이닝 동안 홈런을 포함해 집중 4안타를 맞고 3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8회 첫 타자 박찬호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하더니 9회 2사 1ㆍ3루에서는 함께 삼성 왕조를 이끌던 옛 동료 최형우에게 역전 3점포를 얻어맞았다. 오승환이 KBO리그 한 경기에서 4안타를 내 준 건, 2012년 4월 24일 롯데전(0.2이닝 4피안타 6실점) 이후 8년 만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경기에 4안타를 내준 건 5번밖에 없었다. 연타를 허용하지 않는 최대 강점이 사라진 것이다.
'제대로' 무너진 건 이날이 처음이지만 이미 오승환의 구위는 예전과 달랐다. 과거 150㎞ 중반대에 육박하던 '돌직구'의 스피드는 뚝 떨어졌다. 올 시즌 오승환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5㎞로, 2019년(시속 147㎞)보다 낮다. 세월 앞엔 장사 없다고 오승환도 우리 나이로 어느덧 39세다. 일시적인 부진이 아닌 자연스러운 '에이징커브'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최고 마무리투수 출신인 봉중근 KBS 해설위원은 "나도 선수 말년에 그랬지만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해도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다"면서 "150㎞를 던지는 투수들은 많아졌고, 타자들의 기량은 더 향상됐기에 상대적으로 오승환의 직구는 평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자들은 과거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오승환이 예전만 같지 못한 모습을 보고 더욱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어 최근 더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미일 400세이브의 '대투수'이기에 살아남는 법을 금세 터득할 것이라고도 했다. 봉 위원은 "직구 일변도에서 벗어나 슬라이더를 비롯한 변화구를 좀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 투구 패턴에 변화를 주면 풍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KBO리그에서 통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삼성도 오승환의 복귀를 추진하면서 단순히 기량적인 측면의 효과만 보지는 않았다. 그가 선수단에 미치고 있는 파급력은 기대 이상이다. 원기찬 삼성 구단주는 "오승환이 있는 것만으로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학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약체로 분류됐던 삼성이 선전하고 있는 이유엔 오승환의 가세가 크다고 본다"면서 "타자들 입장에선 적은 점수만 내도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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