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일자리 양산 우려도"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의 두 축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다. 디지털 뉴딜은 모든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꾀하며, 그린 뉴딜은 경제 전반을 저탄소 친환경 위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데이터 댐’으로 표현한 디지털 뉴딜은 각종 데이터를 댐에 물을 가두듯 모아서 가공하거나 결합하는 데이터 산업을, ‘에너지 댐’으로 대표되는 그린 뉴딜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핵심으로 삼았다. 대공황 이후 1930년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추진해 후버댐 공사를 하며 경제를 일으킨 것에 비유한 표현이다.
이를 통해 경제 발전과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 복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15일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디지털 뉴딜에서 90만개 일자리를 늘릴 방침이다. 이 가운데 약 57만개의 일자리는 각종 데이터 산업에서 나온다.
문제는 일자리의 성격이다. 데이터 산업은 단순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만 고급 일자리를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데이터 라벨링 같은 단순 일자리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데이터 산업의 기본은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 인공지능(AI)이 학습할 수 있도록 각 데이터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이름표를 달아주는 데이터 라벨링이다. 아직까지 데이터 라벨링은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한다.
AI 분야에서도 스피커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도록 수 많은 대화 내용을 녹음해 사람이 문자로 바꿔서 입력하고, 어떤 영상이 음란물인지 일일이 사람이 보고 가려낸다. 그만큼 데이터 라벨링과 AI의 기초작업은 단순 일자리를 늘리기 좋아 흔히 데이터 토목 사업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는 항구적이지 않고 높은 임금을 받기도 힘들다.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단기간에 데이터 산업을 통해 수십 만개 일자리를 늘린다고 하니 1회성 용역에 가까운 일자리 증가를 우려한다. 댐 공사를 통해 단순 노무직 증가로 실업자를 줄였던 뉴딜 정책도 같은 방식이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디지털 분야에서 장기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부 정책과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AI와 로봇의 확대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보완으로 혜택을 보는 기업들에게서 로봇세 등을 거둬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대책 등을 한국판 뉴딜에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린 뉴딜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정부 기조와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정부는 그린뉴딜을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를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체 차량에 비해 친환경차 비중이 낮고 보조금 지급 등 관련 예산도 명확하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철현 그린피스 프로젝트 리더는 “그린 뉴딜 예산 73조원 가운데 전기차 구입 보조금은 대당 700만원씩 7조원, 충전인프라 확대 예산은 1조원 미만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1,350만원의 보조금을 줘서 전기차가 3만여대 정도 팔렸는데 700만원 보조금으로 100만대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기차 113만대는 총 운행차량 2,300만대 가운데 5%에 불과하다”며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감안하면 친환경차 비중이 전체 운행 차량의 50%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 전세계 14개국, 20개 이상 도시가 2040년까지 내연차량의 생산이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뉴욕 등 10개주 정부가 내연차량의 판매 중단에 합의했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도 내연차량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출이나 고용 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했을때 내연차량 생산 중단을 갑자기 단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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