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 접수 전 이미 박 전 시장에 성추행 관련 보고
"피해자 고려 없어" "성인지 감수성 부족" 비판 여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울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임명한 '젠더특보'가 15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정책과 시정 전반에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하겠다며 만든 자리지만, 오히려 전직 비서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당일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알린 보고 정황이 나타나면서인데요.
지자체 최초 시장 직속 '젠더특보' 신설…성평등 정책·성인지 감수성 고려
젠더특보는 지난해 1월 15일 '성평등 도시를 구현하겠다'는 취지로 서울시가 신설한 지방전문임기제 3급의 국장급 보직입니다.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하며 3조에 "젠더 분야 시장의 정책결정을 보좌하기 위해 젠더특보를 두며, 전문임기제 공무원으로 보한다"고 근거를 뒀죠. 임기는 1년이고 연장이 가능합니다.
성평등 관련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앞장서 젠더정책을 고안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것인데요. 원래도 서울시는 여성가족정책실 여성정책담당관 산하에 젠더정책을 담당하는 젠더자문관이 있었지만 이는 5급인 팀장급으로, 신속한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시정 전반에 성인지 관점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시장 직속 젠더특보를 따로 두고 수시로 보고를 받도록 한 것이죠.
당시 성폭력·성희롱 담당 부서도 함께 만들어졌는데요. 여성가족정책실에 여성권익담당관을 신설하고 그 안에 여성권익기획팀, 여성권익사업팀, 늘푸른여성팀을 배치했어요. 이 부서는 디지털·데이트폭력 등 다양한 젠더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 등을 관장하도록 했고요. 이 모든 조치는 박 전 시장의 성인지 의지를 담아 시행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시장님 실수한 것 있느냐' 보고…임순영 초대 젠더특보 도마에
그러나 박 전 시장이 자신을 성추행했다며 고소한 전 비서가 '과거 성추행 피해를 시에 호소했지만 묵살했다'고 주장하면서 비판의 화살은 가해자는 물론 젠더특보에게도 향하는 모습입니다. 서울시 초대 젠더특보로 임명된 이는 임순영 전 국회사무처 보좌관인데요. 한 차례 연장된 임 특보의 임기는 내년 1월 14일까지입니다.
그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여성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는데요. 한국성폭력상담소,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인권재단, 희망제작소를 거쳐 2012년부터는 6년 6개월간 현재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근절대책 태스크포스(TF) 단장인 남인순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피소 당일인 8일 고소장이 제출되기도 전에 박 전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 '실수하신 것 있느냐' 등의 말을 한 것을 두고 피해자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무려 젠더특보가 성추행 수사 정보를 가해자에게 누구보다 빨리 유출하다니"(rr****), "성추행 고소건을 피고소인에게 즉각 알린 걸 보면 누굴 위한 젠더특보인가 싶다"(al****), "성추행 관련 문제를 두고 '잘못한 것'이 아니라 '실수한 것'이 있느냐고 표현한 것은 성인지 감수성이 없을 때나 할법한 말"(D****), "지자체 산하에 젠더특보라는 두루뭉술한 이름의 기관을 둔다고 해서 여권이 상승하는 게 아니다"(la****)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죠.
서울시는 이날 외부전문가와 함께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직원의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요. 기자회견에서는 젠더특보의 박 전 시장 상대 보고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습니다. 다만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대단히 중요한 사안인만큼 젠더특보가 직접 말을 해야 할 사항"이라며 "앞으로 조사단에서 밝혀질 내용"이라고 즉답을 회피했죠. 임 특보는 전날 휴가를 냈다고 하는데요. 이목이 그의 입에 집중될 수밖에 없겠죠. 과연 여성들은 초대 서울시 '젠더특보'로부터 어떤 답을 듣게 될까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