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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마크 트웨인의 '아더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는 19세기 미국에서 6세기 영국으로 시공간 이동한 남자의 모험을 다룬 소설이다. 무기공장 기술자 행크 모건은 어느날 기절했다 깨 자신이 고대 아더왕 궁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을 위기를 넘긴 뒤 마법사로 입지를 굳힌 그는 과학기술 지식을 활용해 전기와 전화를 놓는다. 학교를 지어 젊은이를 양성하고, 근대 산업의 적극 도입도 계획한다. 귀족제와 교회의 억압을 뒤집어 사회를 바꾸려는 이 시도를 모건은 '뉴딜(New Deal)'이라고 불렀다.
□카드 게임에서 딜러가 카드를 새로 나눠주는 것을 뜻하는 '뉴딜'이 유명해진 것은 이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대공황 극복 정책에 그 이름을 붙인 루스벨트 대통령 덕이다. 재정을 동원한 일자리 창출 등으로 불황을 극복한 모델인 뉴딜은 이후 경기에 부침이 있고 실업률도 상승해 효과를 의심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본위제 정지를 통한 금융완화, 은행ㆍ증권 분리 등 금융부문의 '제도 개혁'에 성공한데는 다수가 공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고용안전망 확보를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청사진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미래형 산업 중심으로 19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고용보험 확대 등 안전망 구축이나 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 촉진 등은 불평등 해소나 "선도형" 경제로 체질 변화라는 의미가 적지 않다. 이에 반해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전지구적 과제와 직결된 그린 뉴딜은 "저탄소경제로"라는 구호만 커 보인다.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3.5배 증가,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 확대는 수년 전 정부가 세운 계획의 반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악당" 소리까지 듣는데도 많은 나라들이 이미 실천 모드인 온실가스 적극 감축은 여전히 "지향" 과제다. 목표를 더 높이고 이를 제도적으로 끌고가지 않으면 '그린 뉴딜'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탄소세 인상, 전력 그리드 인프라 구축"(제러미 리프킨) 같은 더 과감한 발상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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