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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公) 공(功) 공(空)

입력
2020.07.16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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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 사진공동취재단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 사진공동취재단


올해 초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만났다.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어쩐 일로 왔느냐고 묻자 CES 2020에 서울시 벤처기업들을 위해 ‘스마트시티앤 스마트라이프’를 주제로 ‘서울관’을 만들고 전시와 참가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으로선 최초로 CES를 방문했고 내년부터는 100개 기업의 전시 참여를 준비한다며 그때 꼭 다시 ‘서울관’을 보아달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세계적인 기술 변화의 트렌드를 한눈에 보고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십 수년째 꾸준히 참관하고 있던 터라 내년에도 꼭 보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최근 공직자의 공(功)과 과(過)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측면에서 거론되고 있다. 공직자 또한 실수 하나 없이 완벽한 업무 결과를 내놓기는 어렵다.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특정인의 공과(功過)를 따지는 문제에 있어서도 단순히 특정 사안을 가지고 O, X 식으로 모든 인생을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러한 의문 때문에 인사혁신처장으로 근무할 당시 징계나 상훈의 적정성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며 당시 공무원 신상필벌에 관한 원칙을 다듬었다. 공무원의 부패는 엄단하고 우수 공무원은 크게 칭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방향이었다.

결과론적으로 공과를 따진다면 우리는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될까? 운칠기삼(運七氣三)이란 말처럼 공칠과삼(功七過三)일 수도 있지 않는가?

공직자의 금기는 첫째는 음주운전이다. 차로 무방비 상태의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는 성 문제이다. 이는 약자에 대한 괴롭힘이고 그 누구라도 강한 자의 자비에 기댈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셋째는 금전문제이다. 국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여지는 것도 아까운데 하물며 사리사욕을 취하기 위해 금전의 이득을 구하는 것은 공직 최고의 범죄라고 생각했다. 이런 공무원범죄는 단박에 뿌리뽑을 수는 없겠지만 단 한 번이라도 문제가 된다면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일벌백계해야 스스로를 경계하고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에 추진한 일이었다.

반대로 누구보다 국가와 국민에 헌신하는 공무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은 엄하게 묻지만 국가적으로 칭찬하는 일에는 인색했기에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신설했다. 전국의 110만 공무원 중 아주 훌륭한 이들을 매년 선발해 대통령 직접 표창과 함께 2계급 특진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많은 칭찬과 상이 벌보다 큰 동기부여가 되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시행한 정책이었다. 또한 징계처리에 있어서도 경위를 살펴 억울함이 적도록 소명과 심사절차를 보완했다.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모든 일을 완벽히 잘 해 내기란 지난한 일이다. 그런데 특정 일을 가지고 공이 있어도 무시하거나, 과가 있어도 묻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결국 결과론적으로 삶의 전체를 보고 공과의 비중, 분야와 역할을 따져 어떤 일을 얼만큼 잘했고, 어떤 일을 얼마큼 못했는지,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따지는 것이 좀 더 성숙한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내년엔 그를 다시 라스베이거스에서 볼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장담했던 21년형 서울관은 꽃을 피우길 기대해 본다. 그래야 그를 한 번 더 기억하지 않겠는가?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ㆍ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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