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네긴' 주역으로 나서는 손유희ㆍ이현준 부부
“무용수에게 발레는 직업이 아닌 일상이에요.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이현준)
“힘든 시간이었지만 마음을 다잡으면서 무대에 설 그날을 위해 몸 관리도 열심히 했어요.”(손유희)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오네긴’의 막이 드디어 오른다. 올해 한국 첫 전막 발레 공연이다. 발레는 무용수간 신체 접촉이 불가피한 장르라 코로나19 이후 공연이 사라졌다.
이 뜻깊은 무대를 책임진 이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손유희(36)와 이현준(35). 14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두 사람은 “관객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겠다”며 눈빛을 빛냈다. 둘은 18개월 쌍둥이 아들 딸을 둔 부부이기도 하다.
‘오네긴’은 순수한 시골 여인 타티아나와 자유분방한 도시 귀족 오네긴의 어긋난 사랑을 그렸다. 존 크랑코가 안무한, 20세기 최고의 드라마 발레다. 저작권을 소유한 크랑코 재단이 공연권을 까다롭게 관리해 실력이 없으면 무대에 올릴 수도 없다.
2009년 유니버설발레단이 초연했을 때도 두 사람이 있었다. 이현준이 오네긴 역, 손유희는 타티아나의 동생 올가 역이었다. “최상급 무용수에게만 허락된 무대잖아요. 충격에 가까울 정도로 영광스러웠어요. 소설과 영화를 찾아보면서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나요.”(손) “한국에선 접하기 힘든 작품이라, 저는 ‘오네긴’이 사람 이름이라는 것도 몰랐죠(웃음). 소설, 영화, 오페라도 있지만, 발레가 가장 재미있다고 자신합니다.”(이)
두 사람에게 ‘오네긴’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둘의 러브 스토리와 닮아있어서다. 오네긴을 먼저 사랑한 타티아나처럼, 손유희가 먼저 이현준에게 고백했다. “처음엔 현준씨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좀 당돌하게 보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현준씨 때문에 웃고 있더라고요.” 한 살 연상에다 발레단 입단도 3년이나 빠른 선배의 마음을 거절했던 이현준은 뒤늦게 후회했다. “오네긴도 한참 지나서 다시 구애하잖아요. 저도 같이 춤을 추면서 그제서야 유희씨의 진면목을 알게 됐어요. 요즘말로 하면 ‘찐사랑’인 거죠.”
춤을 출 때 부부라서 좋은 점이 많다. ‘오네긴’은 파트너간 호흡이 특히 중요한 작품이다. “여자 무용수가 뛰어오르면서 공중에서 회전을 할 때, 남자 무용수는 받쳐주는 역할만이 아니라 동작까지 도와줘야 해요. 호흡이 조금만 엇갈려도 완성하기 힘든 안무예요.”(손) “때론 의견이 갈릴 때도 있어요. 저는 분석적인데 유희씨는 감성적이고 유연한 편이거든요. 하지만 무대에 대한 꿈은 같아요. 그게 시너지를 내는 것 같아요.”(이)
또 목표가 훨씬 뚜렷해진 것도 좋다. 출산 후에도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발레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날마다 연습실에 구슬땀을 쏟는다. “‘오네긴’을 통해 관객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싶어요. 그게 예술의 본래 목적이니까요.” 18일부터 26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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