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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제어 앱으로 13억 보이스피싱"...신종 범죄 증가에도 부처 간 공조는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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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제어 앱으로 13억 보이스피싱"...신종 범죄 증가에도 부처 간 공조는 부실

입력
2020.07.1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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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보이스피싱 방지 대책 감사 결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2월, A씨는 ‘OO은행의 대출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는 안내를 받고 앱을 설치했다. 사기일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OO은행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수화기 건너편에서 직원이 친절하게 상담까지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가 설치한 앱은 일명 '전화 가로채기 앱'으로, 피해자가 어떤 번호로 전화를 걸더라도 사기범이 설정해둔 번호로 전화가 걸리도록 조작돼 있었다. A씨는 은행 직원이 아닌 보이스피싱범과 통화를 한 것이다. A씨는 결국 2,000만원을 뜯겼다.

#2019년 7월,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사기범은 B씨에게 접근해 '원격제어 앱'을 깔도록 유도했다. 이 앱을 휴대폰에 깔면 휴대폰 사용자의 모바일뱅킹 앱 등에 접근할 수 있다.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기범은 B씨로부터 81회에 걸쳐서 돈을 빼돌렸는데, 그렇게 앗아간 돈이 자그마치 13억원에 달했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관계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 결과 확인됐다. 전화 가로채기 또는 원격제어 앱과 같은 신ㆍ변종 수법의 경우 기관 간 정보 공유 및 공동 대응 필요성이 큰데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던 게 대표적이다. 범죄를 사전에 막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종합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민들만 피해를 입은 셈이다.

15일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25일부터 같은 해 12월 13일까지 보이스피싱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금융감독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을 감사했고, 총 20건의 문제점을 확인했다.

전화 가로채기 앱의 경우 인터넷진흥원이 과기정통부 위탁을 받아 '가로채기용' 전화번호를 추출한다. 과기정통부는 2015년 1월부터 가로채기용 전화번호들을 확인했지만 이를 금융위, 금감원, 경찰청 등과 공유하지 않았다. 당연히 번호 이용도 중단되지 않았다. 이러한 부실 대응은 추가 범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1~9월 인터넷진흥원이 악성 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로채기용 번호 73개는 금감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에서 이미 확인된 번호였다. 감사원은 “번호 이용 중지를 하지 않아 추가범죄가 일어났다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이용 중지는 추가범죄 발생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격제어 앱 역시 마찬가지였다. 과기정통부는 인터넷진흥원이 수집ㆍ분석한 악성 앱 정보를 금융위와 공유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금융회사들도 그저 자체 탐지한 악성 앱 정보만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다. 계좌에 직접 접속해 돈을 빼가는 방식은 피해 규모가 클 수밖에 없음에도 기관들이 안이한 대처를 했다고 감사원은 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8년 11월~2019년 9월 발생한 원격제어 앱 이용 보이스피싱 48건의 평균 피해금액은 1억4,500만원 수준으로 다른 유형보다 높다.

감사원은 금융위원장과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인터넷진흥원이 수집ㆍ분석한 가로채기용 번호 및 악성 앱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밖에도 감사원은 △경찰청이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전화번호ㆍ계좌번호를 체계적으로 분석ㆍ관리하고 있지 않은 점 △과기정통부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이용 중지 처리하기까지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각 기관장에게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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