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그린벨트 점검 가능" 나흘 만에 입장 바꿔
국토부와 여당도 호응... 빠른 속도로 진행될 듯
서울시 "해제 없다" 강력 반발, 공급 실효성 부족도 숙제
정부가 서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간의 불가 입장을 바꿔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고, 완강하던 국토교통부의 입장도 바뀌고 있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등이 우선 후보지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정부 "그린벨트 활용도 검토" 공식화
국토부는 1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주택공급확대 실무기획단' 첫 회의를 열고, 도심고밀 개발 등 '7ㆍ10 부동산 대책'에서 제시했던 '검토가능 대안' 5가지와 함께 그린벨트 해제도 논의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앞으로 도시 주변 그린벨트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이슈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의 부동산 공급확대 방안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해제 권한을 쥔 서울시가 완강하게 버틴 탓이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놓아야 할 보물과 같은 곳"이라며 "해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에 정부도 7ㆍ10 대책 중 주택공급 방안 예시에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박원순 사후 달라진 기류
공교롭게도 박 전 시장의 유고 이후 기류가 급변한 셈이 됐다. 홍남기 부총리는 14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부동산 공급 확대 방안 5, 6가지를 검토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도 같이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YTN 뉴스에서 "정부가 검토할 여러 대안을 점검했는데, 현재로선 그린벨트 해제는 리스트에 올려놓지 않고 있다"고 말한 지 나흘 만의 전격 선회다.
여당도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오전 부동산 당정협의 후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방안까지 포함해 주택공급 방안에 대해 범정부적으로 논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낙연 의원도 지난 8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해제 여지가 있는 곳이라면 (서울시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내놓을 수 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주무부처인 국토부 태도도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그간 국토부는 "서울시가 반대하면 그린벨트 해제는 어렵다"는 입장이었아 여당과 기재부가 해제 검토를 공론화하면서, 국토부도 급하게 보폭을 맞추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열린 실무기획단 1차 회의에서도 기재부 관계자는 "서울 내 그린벨트를 해제하자"고 압박하고 국토부 역시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은 이미 해제구역 타진 중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작년말 기준 서울 내 그린벨트는 149.62㎢(전체 면적의 24.72%)에 달한다.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으며, 강남구도 6.48㎢가 묶여 있다. 업계에선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등 이명박 정권 때 보금자리주택을 개발하고 남은 자투리 땅들이 우선 후보지로 거론된다. 이곳은 도심과 근접해 환경성평가에서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 결정까지는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한다.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 반발이 대표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0일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주택공급은 투기꾼과 건설업자의 배만 불릴 뿐, 서민주거안정과 집값 안정에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한 평도 허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울 내 그린벨트 대부분이 사실상 개발 불가능한 산지여서다. 자칫 큰 효과 없이, 정부가 땅값 상승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급 방안의 담론을 열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가용 면적은 예상 외로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반대도 넘어야 한다. 이날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실무기획단 첫 회의를 마치고 "그린벨트는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며 "오늘(15일) 회의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전 당정회의 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났는데, 이를 두고 주택공급 대책 발표를 앞두고 군 유휴부지 활용 가능성을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양 부처는 "오래 전에 예정된 일정이었고, 용산미군기지 공원화 작업에 대해 논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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